Mobile QR Code QR COD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1.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통합과정 ()
  2.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3. 충북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부교수 ()
  4.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국내 토목산업, 설계-시공, 균형발전, 해외시장 진출
Korean Infrastructure Industry, Engineering and Construction, Balanced Competitiveness, Overseas Market Expansion

1. 서 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최근의 해외건설시장에서는 산업설비 분야를 중심으로 기획, 설계, 구매조달, 시공을 통합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및 Total Package 형태의 발주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토목산업에서도 설계시공일괄(Design-Build) 발주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Lump-SumTurnkey의 발주형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Migliaccio et al., 2009).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선진 건설업체들은 엔지니어링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CII, 2010). 반면 국내업체의 해외사업 수주범위는 상세설계, 시공 등 저수익․고리스크 영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고부가가치 영역인 프로젝트종합관리(Project Management Consulting, PMC), 기본설계(Front End Engineering Design, FEED)에 관한 업무수행 역량은 부족한 실정이다(National Com--petitiveness Council, 2010).

이에 본 연구는 국내 토목산업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제고하고, 더 나아가 설계-시공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산업 차원의 발전방안을 도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국내 토목산업의 설계-시공 균형발전 방안을 체계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국내외 건설산업 현황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인식수준 및 니즈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와 함께 발전방안의 실효성 검토를 위한 전문가 심층면담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였다.

우선, 국내외 건설산업 현황의 경우 Global Insight, Engineering News Records(ENR) 등 전문 시장조사 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동향 및 기업현황을 분석하였으며, 한국건설설계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서 발간한 법․제도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국내 토목산업 균형발전의 저해요인 및 개선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여 발전방안 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본 연구진은 국내 토목산업의 설계-시공 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발전전략들을 제안하였으며, 업계 및 정책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도출된 발전방안의 적용가능성을 검토하여 결과를 보완하였다.

2. 건설산업의 설계-시공 성장 현황

2.1 국내외 건설시장 현황

글로벌 건설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시 침체기를 맞이하였지만 인프라시장의 경우, 녹색성장과 기반시설 투자 확대로 최근 5년 동안 9.1%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었으며 2011년 시장규모도 2조 3,947억 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건설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Global Insight, 2011).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해외발주자의 Total Solution 요구가 증가하고, 기획 및 개념설계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글로벌 건설엔지니어링시장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2002년 이후 해외 200대 건설엔지니어링업체의 매출규모는 연평균 11.0%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었으며, 2010년 매출액은 1,17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ENR, 2003-2011b). 이중 해외매출액 규모는 577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 업체들이 PMC, FEED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70% 이상의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다(Figu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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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International Market Share of Construction Engineering Firms by Country (ENR, 2011b)

참조).

반면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업체의 경우, 내수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 구성 및 영세한 산업구조로 인해 해외수주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2000년 이래로 국내업체의 전체 수주규모는 크게 성장하였으나 연평균 해외수주 비중은 4.4%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KENCA, 2011), 국내 주요업체들의 해외시장 점유율도 0.8%에 그치고 있어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ENR, 2011b). 특히 2009년 설계 등 용역업체로 등록된 1,950개 업체 중, 수주실적 100억 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1,880개사에 달하는 등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업체의 영세성은 건설산업의 중장기적 발전 및 경쟁력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KENCA, 2011).

2.2 건설산업의 설계-시공 분야 현황

글로벌 시장에서 Design-Build 및 Turnkey 발주사업이 증가함에 따라 최근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이하 E업체)보다는 시공을 동반한 엔지니어링업체(이하 EC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세계 200대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중 E업체는 2002년 37%에서 2010년 34%로 감소한 반면, EC업체는 2002년 25%에서 2010년 33%로 증가하였다(ENR, 2003-2011b). 또한 건설업체의 EC화에 관한 기존 연구결과에서도 다른 형태보다 EC업체들이 사업선택에 있어 보다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CERIK, 2008), 월등한 비즈니스 및 프로세스 통합역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다(CII, 2010). 이처럼 해외 선진업체들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기반 건설(Engineering-Based Construction)”의 사업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분야의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국내 건설업체는 상세설계, 시공 등 저수익․고리스크 사업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PMC, FEED를 비롯한 핵심 엔지니어링 역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업체의 엔지니어링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 및 경부고속철도와 같은 국내 대형 사업에서도 PMC, FEED 업무는 아직까지 해외 선진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National Competi-tiveness Council, 2010). 이러한 현상에 기인하여 설계-시공업체 간 국제경쟁력 차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Figur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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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Comparison of International Market Share of Korean Construction Firms by Sector (ENR, 2007-2011a, b)

참조). 실제로 최근 5년간 해외 225대 종합건설업체에 포함된 국내업체는 연평균 12개사로 이들 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해외 200대 건설엔지니어링업체에 포함된 국내 설계업체 수는 1~2개사에 불과하며 시장점유율 또한 0.2% 수준에 머물러 있다(ENR, 2007-2011a, b). 이처럼 설계-시공업체 간 역량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국내업체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공 위주의 국내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기업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계 및 시공분야의 균형적 발전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방안과 실천전략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3. 국내 토목산업 발전의 저해요인 분석

본 연구에서는 국내 토목산업 발전의 저해요인을 분석하고, 개선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대한토목학회 및 한국건설설계협회의 업계 회원사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총 58부의 응답지를 분석에 활용하였으며(유효회수율 58%), 응답자의 소속기관은 토목설계업체 30부, 종합건설업체 28부로 조사되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건설경력 10년 이상의 과․차장급 이상 임직원으로 구성되었으며, 구체적인 경력 및 직급분포는 각각 Table 1, Table 2

Table 2. Variation of The Number of Studs arranged by Difference

Table 1. Career Distribution of Survey Respondents

Career

Eng. Sector

Constr. Sector

Below 10 years

9 (30%)

3 (11%)

11-20 years

9 (30%)

13 (46%)

Over 20 years

12 (40%)

12 (43%)

Total

30 (100%)

28 (100%)

 

Table 2. Position Distribution of Survey Respondents

Position

Eng. Sector

Constr. Sector

Assistant manager

1 (3%)

0 (0%)

Manager

1 (3%)

12 (43%)

General manager

6 (20%)

12 (43%)

Director

8 (27%)

1 (4%)

CEO

14 (47%)

3 (11%)

Total

30 (100%)

28 (100%)

와 같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크게 국내 토목산업의 설계-시공분야 간 불균형발전 실태, 토목설계업 발전 저해요인, 국내기업 EC화 추진의 장애요인을 조사하였으며, 상세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3.1 토목설계업 관리체계 분산

국내 토목설계업 관리체계는 국토해양부(발주체계 관리주체)와 지식경제부 및 교육과학기술부(생산체계 관리주체)로 분산되어 있으며, 토목설계업 육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설계 등 용역업자”의 신고 및 대가기준은 지식경제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에 건설산업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서는 토목설계 분야 생산체계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식경제부에서는 전문성 부족으로 토목설계업에 특화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토목설계업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토목설계업체와 종합건설업체 모두 “불분명한 관리주체 분산”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였으며(Figure 3 참조), 대부분 현행 토목설계업 관리체계의 효율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하였다(Figur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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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Analysis of Factors Hindering Advancement of the Korean Civil Engineering S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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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Needs for Rearranging the Government’s Roles for Supporting the Korean Civil Engineering Sector

참조).

한편 토목설계 분야와는 달리 전력시설물(지식경제부 소관), 소방시설물(소방방재청 소관), 환경오염방지시설(환경부 소관)을 비롯한 국내 타 분야 설계업종은 지식경제부의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서 탈피하여 개별사업법에 따라 사업자 및 대가체계가 관리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건설산업의 설계 및 시공분야를 상호 연계적 관계로 파악하여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로 Morgan Stanley와 S&P사에서 개발한 글로벌 산업분류체계(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Standard)에서는 “건설 및 엔지니어링(Construction & Engineering)”을 하나의 통합된 분야로서 관리하고 있다(MSCI and S&P, 2002). 유사하게 일본도 국토교통성을 중심으로 건설컨설턴트를 일괄적으로 관리하여 설계 및 시공분야 간의 균형발전을 장려하고 있다(Construction Industry Advancement Committee, 2009b).

이러한 국내외적 현황을 바탕으로 국내 토목설계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부처 간 효율적인 역할조정을 바탕으로 책임성 있는 토목설계업 관리체계가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3.2 토목설계업 지원제도 미흡

국토해양부의 과도한 규제 및 글로벌 스탠다드와 상이한 법․제도 또한 국내 건설업체가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기존 문헌에서도 몇 차례 지적된 바 있으며(Construction Industry Advance-ment Committee, 2009a, b; National Competitiveness Council, 2010), 본 연구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토목설계업 발전의 주요한 저해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었다(Figure 3 참조).

2012년 3월 기준으로 국가법령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현행법령은 총 4,230건으로, 이중 국토해양부 소관법령이 전체 부처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364건, 전체의 9%). 반면 건설산업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조선산업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발주․생산방식의 글로벌 스탠다드 정착과 법․제도 및 정부규제 미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Constr-uction Industry Advancement Committee, 2009a). 이러한 사례에 근거하여 규제 일변도적인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선하는데 타 산업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으며, 관련 제도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용역업자 분류체계, 설계 대가기준, 입․낙찰 방식, 설계도서와 관련한 국내 건설산업의 법․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차이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Table 3

Table 2. Variation of The Number of Studs arranged by Difference

Table 3. Comparison of the Construction Legal Systems between Korea and Advanced Countries

Criteria

Korea

Advanced Countries

Classification system of Eng. firms

Professional engineer classification

Facility specific classification

Wage standards

of Eng. firms

Cost rate approach

Lump sum, cost plus fee approaches

Bid-award

characteristic

Price competition oriented

Value, quality based competing technologies

Design

document

Input (resource) oriented specification

Performance oriented of final product

참조).

우선 현행 용역업자 분류체계는 기술사 자격종목에 따라 13개의 분야로 다기화 되어있어 과다 자격보유의 폐해와 함께 종합 엔지니어링 기술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설계 대가기준도 사업규모 및 특성과 관계없이 공사비요율방식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전문분야별 과업특성이 효과적으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입․낙찰방식의 경우 PQ제도의 변별력이 미흡할 뿐 아니라, 실적 및 가격 위주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토목설계업체들이 엔지니어링 역량 향상을 도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실시설계도와 시공상세도(Shop Drawing)가 불명확하게 혼용되어 국내 설계성과를 해외에서도 활용하기 어려울 뿐더러, 설계 및 시공기준이 자재와 공법에 대한 서술시방으로 최종 성과물의 종합적 가치를 고려하는데 한계가 있다.

상기사항에 근거하여 국내 건설산업이 조선산업과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부처의 규제완화, 발주 및 생산체계의 국제표준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3.3 설계-시공 간 상생문화 미흡

지금까지 국내 건설산업은 시공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이로 인해 형성된 설계-시공 간 수직적 관계는 분야 간 상생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다수의 토목설계업체(76%)에서 설계-시공 분야가 불균형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토목설계업체가 종합건설업체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응답하였다(Figure 5

Table 2. Variation of The Number of Studs arranged by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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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5. Needs for Balancing the Competitiveness between Korean Engineering and Construction Sectors

참조). 반면 대부분의 종합건설업체(88%)는 설계 및 시공분야가 비교적 동등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여, 분야별 인식수준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또한 국내 토목산업 EC화 추진의 장애요인에 대해서도 토목설계업체(24%)와 종합건설업체(23%) 모두 “시공 중심의 국내 풍토로 인한 설계-시공 간 상호견제 및 보완기능 상실”을 가장 큰문제로 지적하였다(Figure 6

Table 2. Variation of The Number of Studs arranged by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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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6. Constraints for Conducting EC Strategies in the Korean Infrastructure Industry

참조).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CERIK(2008)의 연구결과에서도 “설계와 시공분야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인식부족”이 설계와 시공의 통합화를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모두 설계-시공 간 상생문화가 미흡한 국내 토목산업 실태를 방증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토목설계업체의 자구책은 물론 분야 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3.4 설계-시공 간 인력구조 불균형

앞서 2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토목설계 분야의 과점 및 영세성은 업체들의 저임금 현상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토목설계업체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9년 기준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등록된 토목설계업체는 총 1,950개사로, 이중 상위 1%의 업체가 47%의 시장을 점유하였다. 한편 연간 수주실적 30억 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전체 업체 수의 90%를 차지하였으며, 특히 무실적 업체의 비중이 47%에 달하였다. 이러한 과점 및 영세성으로 인해 토목설계업체의 평균임금은 종합건설업체 뿐 아니라 타 산업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으로(Construction Worker, 2011; Pay Open, 2011), 우수인력들이 토목설계업체로의 취업을 기피함에 따라 설계-시공 간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토목설계업체로의 우수인력 유입을 위한 보다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4. 국내 토목산업의 설계-시공 균형발전 방안

국내 토목산업 현황 및 저해요인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설계-시공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 차원의 발전방안 프레임워크를 도출하였다(Figure 7 참조). 이 과정에서 업계 및 관련 정부부처의 관점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전문가 심층면담(Expert In-Depth Interview)을 실시하였다. 심층면담은 총 8회에 걸쳐 수행되었으며(토목설계업체 3회, 종합건설업체 3회, 관련 정부기관 및 협회 2회), 10년 이상의 건설경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이에 따라 6명의 업계 전문가는 모두 임원 및 최고 경영자급으로 구성되었으며, 관련 정부기관 과장 및 협회 실장의 의견도 함께 조사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전문가 심층면담을 통해 단순한 사견의 취합이 아닌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도출하고자 2단계에 걸쳐 면담을 실시하였다. 우선 전자메일을 통해 전술한 글로벌 산업 이슈, 설문조사 결과, 질의사항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일차적으로 수렴한 후, 질의문항을 재구성하여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을 통해서는 국내외 설계-시공 균형발전 현황, 국내기업의 글로벌 역량제고 방안, 제도․정책적 지원방안 등을 조사하였으며, 도출된 발전방안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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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7. Framework for Strategy Development in Connection with Existing Constraints

4.1 토목설계업 관리체계 효율화

현행 토목설계업 관리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부처들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정립하고, 부처 간 조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식경제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건설엔지니어링 산업과 관련된 국가정책의 기본방향을 수립하고, 관계부처 간 협력 및 조정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건설엔지니어링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차원의 전략 수립은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는 가운데, 국토해양부에서는 건설기술관리법 상의 “설계 등 용역업자”에 관한 등록의무 규정 및 대가지급 기준을 비롯한 세부적인 법․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토목설계업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 주무부처에서 설계-시공 간 유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건설산업의 특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한 구체적인 지원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토목설계업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국토해양부의 과도한 규제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된다. 전문가 심층면담 결과, 현재의 국토해양부는 토목설계업체를 육성하기보다 규제 및 제한하는 주체로서 역할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최소한의 규정을 바탕으로 업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선진외국 및 국내 조선산업의 사례와 상반되는 것으로, 국내 토목설계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포괄주의(Negative System)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포괄주의는 열거주의(Positive System)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제한 및 금지하는 규정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는 원칙이다. 이러한 포괄주의의 도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불필요한 중복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효율적이고 시장 친화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내 토목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4.2 토목설계업 관련 제도 선진화

인터뷰 과정에서 토목설계업체의 전문가 모두 해외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이 시급하며, 선진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건설산업의 법․제도와 관련한 논의는 3.2절에서 언급한 용역업자 분류체계, 설계 대가기준, 입․낙찰 방식, 설계도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상세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용역업자 분류체계의 경우, 기존의 기술사 자격종목에 따른 기준에서 교량, 터널, 상하수도 등 시설물 기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설계 및 시공공종을 일치함으로써 과업분야의 모호성을 불식시킬 수 있으며, 입찰을 위한 과다 자격보유의 폐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시설물별 실적집계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업체관리가 가능해지며, 국내외 발주자에게 실효성 있는 통계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설계 대가기준의 경우에는 토목설계업체에 총액방식 또는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관리법 규정의 신설이 요구된다. 현행 건설기술관리법에는 토목설계업체 대가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의 기준을 따르고 있으며, 건설사업의 특성 및 업체 기술력 수준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토해양부에서는 토목설계업체의 적정 대가기준을 고시할 필요가 있으며, 현행 공사비요율방식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입․낙찰 방식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QBS(Quality Based Selection) 또는 QCBS(Quality & Cost Based Selection) 방식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입․낙찰자 선정 시 기술력, 가치,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설계를 방지하고 토목설계업체가 가치 중심의 최적설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계도서의 경우에도 최종 결과물의 성능 중심으로 국제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해외시장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설계기준으로는 Structural Eurocodes(유럽), International Code(미국), ISO Standard 2394, 설계도면 작성지침으로는 National CAD Standard(미국), BS 1192(영국), ISO Standard 13567이 있으며(Construction Industry Advance-ment Committee, 2009b), 국내에서도 전술한 글로벌 스탠다드와 호환이 가능하도록 설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4.3 고부가가치 우수인력 육성

관련 법․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인력을 양성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는 본 연구에서 실시한 총 8회의 심층면담에서도 공통적으로 논의된 사항으로, 실무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과 함께 복합사업 수행능력을 갖춘 우수인력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엔지니어링 교육과정은 현장공무, 기본소양, 건설영어와 같은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FEED 및 PMC가 포함된 설계전문과정의 비중은 해외 선진교육기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KENCA, 2009). 이에 국내에서도 실무경력 10년 전후의 기술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건설기술교육원,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등으로 산재되어 있는 실무자 대상의 교육과정을 체계화하고, FIDIC(International Federation of Consulting Engineers),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QS (Quantity Surveyor)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자격취득과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덧붙여 통섭적 인재육성을 위해 엔지니어링 전문대학원의 설립을 확충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엔지니어링 전문대학원을 통해서는 FEED, PMC, 마케팅, 파이낸싱, 리스크관리 등 사업수행단계별 핵심역량을 갖춘 엔지니어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우수인력 유인책으로서 인턴쉽 제도 및 취업보장 혜택, 해외파견 시 각종 세액감면과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들이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4.4 엔지니어링조합 및 컨소시엄 구성

토목설계업체 전문가 중에서 국내 토목산업이 균형발전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토목설계업체들의 통합화․대형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NEDECO(Netherlands Engineering Consultants) 사례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NEDECO는 교통, 수자원, 환경 등 분야별 기술력을 갖춘 설계업체들의 조합으로, 국내 토목설계업체의 영세성 극복 및 기술 분야 간 융복합화 촉진을 위한 모범사례(Best Practice)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엔지니어링조합을 성공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설계역량을 고려한 대표공종 선정, 사업별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 구축, 조합의 통합브랜드 마케팅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엔지니어링조합 중심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설계-시공의 공동 해외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즉, 사업초기단계에는 엔지니어링조합이 현장조사(Field Survey)를 기반으로 사업타당성 분석, 기본설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이후에는 종합건설업체의 자금조달 능력 및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해외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또한 관련 정부부처에서도 컨소시엄 구성업체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해외건설 보증, 공기업 참여 등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설계기반 건설”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5 해외건설 협력기구 조직 및 운영

국내 건설시장이 오랜 성장시대를 지나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범정부 차원의 해외건설 관련 중장기 비전 및 전략 수립은 미흡한 실정이다(Lee, 2011). 실제로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에서 해외건설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컨트롤 타워가 없어 통합적인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있으며 기관 간 유권해석 및 책임범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플랜트 분야의 경우에는 해외 플랜트 사업수주를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계기관 간 효율적 협의 및 조정을 위해 “해외 플랜트 지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 기반하여 토목산업에서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해외건설 협력기구를 조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며, 국가 산업적 차원에서 설계 및 시공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세부방안들이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활발한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해외사업 수주활동 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유용한 해외수주 정보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현재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의 확대개편이 요구된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해외건설 지원시스템을 살펴보면, 사업기획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Park et al., 2008). 이들 국가는 EU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건설 입찰정보시스템(Tender European Daily, TED)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공공사업 정보를 자국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국가별로 프랑스는 국가 주도의 Top Sales를 통해 자국기업의 기술력을 홍보하거나 해당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비슷한 맥락에서 독일건설협회에서도 연방정부와 공동으로 해외건설 관련 국제입찰 규정에 대한 개선안 제출 및 공동대응을 진행한 바 있다(Park et al., 2008). 상기 모범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해외건설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KOTRA 등으로 분산 운영되는 정보시스템들의 시너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실적 위주의 통계자료를 넘어 업체 수주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가별 건설시장 현황 및 전망, 프로젝트 리스크 수준 등의 고급정보를 제공함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외교채널 구축 및 업체 간 출혈경쟁을 조정하기 위한 세부전략들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5. 결 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인프라시장은 다시금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PMC, FEED를 비롯한 건설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토목산업은 시공 위주의 단편적인 산업구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해외 선진업체들과 같이 기민한 대응전략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국내 토목산업의 관점에서 엔지니어링 역량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설계-시공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 차원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건설산업 현황을 분석하였으며, 국내 건설업체들의 인식수준 및 니즈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와 함께 발전방안의 실효성 검토를 위한 전문가 심층면담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발전방안은 다음과 같다.

(1) 토목설계업 관리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정부부처들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정립해야 하며, 포괄주의 방식을 도입하여 국토해양부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2) 국내 토목설계업체가 글로벌 사업수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용역업자 분류체계, 설계 대가기준, 입․낙찰 방식, 설계도서 관련 법․제도 기반을 선진화해야 한다.

(3) 실무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체계화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자격취득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엔지니어링 전문대학원을 확충하여 통섭적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4) “Engineering-Based Construction”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엔지니어링조합 및 컨소시엄 구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5) 국무총리실 산하의 해외건설 협력기구를 조직할 필요가 있으며,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의 확대개편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고급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상기 도출된 발전방안을 바탕으로 산업 차원의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토목산업의 설계-시공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전략실행을 위해서는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 업계 관계자의 면밀한 실행전략 수립과 그에 따른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2012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2012-0000178), 연구수행을 위해 도움을 주신 대한토목학회 공공건설정책위원회, 한국건설설계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국토해양부 및 업계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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