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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회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철도경영정책학과 박사과정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hihihjkim@naver.com)
  2. 종신회원․교신저자․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 (Corresponding Author․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sigonkim@seoultech.ac.kr)



고속철도차량, 기술격차, Gompertz모형, 기술추격단계
High speed rail, Technology gap, Gomperts model, Technology catchup strategy

1. 서 론

고속철도차량 시장은 여행객들에게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고, 비행기와 경쟁하게 될 것이며, 년 평균 5.2 %성장하여 2021년 현재 993억불이 2029년에는 1490억불 시장이 될 것이다(Data Bridge, 2022).

고속철도차량에 대한 표준적인 정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시간당 250 Km이상의 속도를 가진 철도차량을 의미한다. 고속철도차량 시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샌드위치에 놓여 있다. 즉 우수한 기술력의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우는 선진국의 선도기업과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중차(CRRC (China Railway Rolling Stock Corporation Limited): 중국의 철도차량생산 기업인 중국북차와 중국남차를 합병하여 출범시킨 세계 최대의 철도차량생산기업)의 공세 속에서 국내 철도차량 기업은 글로벌 샌드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산학연 협력(산업체, 대학교, 연구기관 간의 상호협력과 교류를 통하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달성할 목적으로 구성된 협력체계)과 대중소 협력체계(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달성할 목적으로 구성된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부족한 역량을 정부. 대학. 연구기관은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상호 보완적 기술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Kim, 2013).

정부의 이러한 기술혁신 정책은 기술수준 평가에 기초를 두고 이루어진다. 정부는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수준을 2014년 최고 기술보유국 대비 76.7이고 기술격차 기간을 4.4년으로 보았으나 2016년에는 기술수준이 79.9이며 기술격차를 5.2로 보고 있다. 2014년 기술수준 평가를 볼 때, 2016년에는 최고 기술 보유국을 상당한 수준 추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2016년의 기술격차는 5.2년으로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KRRI, 2015; KRRI, 2018).

어떻게 이런 평가결과가 나왔는가?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술격차를 시계열 자료와 기술성장모형을 통해 다시 예측하고, 선진국 기술을 추격하기 위해 어떤 기술 전략이 필요한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정부의 고속철도차량 기술수준 평가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한국과 상대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체계화 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술 수준 격차를 해소하고 추월하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거나, 상대국의 수준을 추월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전략 등을 수립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술수준을 평가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기술수준이란 “기술이 목적으로 하는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를 기능모수와 기술모수로 구분하여 정량적으로 나타낸 것(Martino, 1993)”이고, Schmookler(1966)는 “산업 생산과 관련된 기술 지식의 축적 정도”로, Solow(1957)은 “지식의 축적 정도가 아니라 투자, 생산, 혁신에 있어 기술 지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Kim, 2010).

KISTEP의 기술수준 평가모델은 기술성장 모형을 토대로 하고 있다. KISTEP은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한 델파이 기법(미래를 예측하는 질적 방법의 하나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되풀이해 모으고, 교환하고, 발전시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보완하여 기술의 변화 패턴을 가시적으로 파악하고, 특정시점에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를 기술성장모형을 통해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KISTEP(2011)이 분산형 고속철도차량을 평가한 결과, 최고 기술보유국을 100으로 했을 경우 한국의 기술수준은 2008년 70.3, 2010년 74.9, 기술격차는 2008년 8.7년, 2010년 3.7년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KRRI(2015; 2018)가 고속철도차량에 대한 기술수준과 기술격차를 평가한 결과는 다음 Table 1과 같다.

KRRI(2015; 2018)가 평가한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수준은 2014년 76.7 %이고 최고 기술보유국과의 기술격차는 4.4년이다. 그리고 2016년의 기술수준은 79.9 %이고 기술격차는 5.2년으로 오히려 최고 기술보유국과의 기술격차가 2014년 4.4년에 비교하여 더 늘었다.

고속철도차량의 하위 시스템을 보면, 차체 및 설비 시스템은 2014년 76.2 %에서 2016년 83.8 %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것으로 평가하였고, 제동 시스템은 2014년 78 %에서 2016년 75 %로 오히려 기술수준이 더 떨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특정 기술에 대한 기술성장모형을 도출하는 방법에서 “동일 기술에 대한 각 나라의 기술성장경로는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델파이기법을 통해 얻은 특정 년도의 데이터, 가령 2008년과 2013년에 추정한 기술수준 및 기술개발소요기간을 기술성장모델에 곡선적합(curve fitting)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술 비교대상국 5개국을 2개 시점에서 얻은 10개의 자료를 가지고 회귀추정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Han et al., 2010). 문제는 고속철도 차량 기술에 대한 기술성장경로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기술곡선상의 위치와 기술축적 속도에 따라 최고기술보유국의 기술수준에 다다르는 기간, 즉 기술격차는 모두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기술성장경로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기술성장곡선의 기울기는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기술축적 역사를 반영한 고유의 기술성장모델을 통해 기술격차를 예측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 고유의 기술축적 속도를 반영한 여러 해 동안의 기술수준 평가자료, 즉 한국 고속철도차량의 기술 수준에 대해 시계열자료(일정 기간에 대해 시간의 함수로 표현되는 데이터로, 주로 예측 연구에 활용함)를 가지고 추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기술 추격 전략이 필요한 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Table 1. High-Speed Rail Vehicle Technology Level Evaluation Results from Korea Railroad Research Institute

Division

Highest Technology Country

2014

2016

Technology Level (%)

Gap (year)

Technology Level (%)

Gap (year)

Rail Vehicle

76.7

4.4

79.9

5.2

Sub System

System

France

76.8

4.5

81.8

4.4

Car Body & Outfitting

Japan

76.2

4.1

83.8

4.1

Driving

Germany

76.5

4.3

81.3

5.0

Brake

Germany

78.0

4.0

75.0

5.0

Propulsion

Germany

77.5

4.0

77.9

6.0

Source: KRRI(2015). “430km/h class high-speed train driving test research final report.” Korea Agency for Infrastructure Technology Advancement in 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p. 549.

KRRI(2018). “Detailed analysis of railway transportation technology level and establishment of R&D promotion strategy research final report.” Korea Agency for Infrastructure Technology Advancement in 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p. 124.

3. 기술성정모형을 통한 기술격차 추정

기술성장모형(technology growth model)이란 기술의 도입기 → 성장기 → 확장기 → 성숙기 → 쇠퇴기로 이어지는 기술수명 주기에 따라 기술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모형이다. 기술성장모형은 단일 기술의 성장이 기술수명주기(technology life cycle)를 따른다는 가정 하에, 시계열정보를 활용하여 기술 성장 및 기술 격차를 추정하게 된다. 기술성장모형은 S자형 곡선(S-curve)을 따르는 수리모형으로서 Bass모형, Pearl, Gompertz 모형 등 다양한 모델이 있다.

Martino(1993)는 “기술성장모형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① 기술성장곡선이 다다르는 기술발전의 상한치(upper limit)를 알고 있고, ② 곡선 적합(curve fitting)을 하기 위해 선택된 성장곡선은 그 자체로 정확해야 하며, ③ 선택된 성장곡선 함수식의 계수는 시계열 데이터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Martino의 기준을 준수하면서 고속철도차량의 기술격차를 예측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조건은 정부의 기술평가 방법이 최고 기술보유국을 최고 100으로 하여 비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발전의 상한치를 알고 있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 다음은 곡선 적합하기 위해 사용되는 성장곡선은 정확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본 연구에서는 기술평가에서 일반적으로 검증된 Gompertz 모형을 사용하고자 한다.

Gompertz모형은 “기술수준이 현재 수준에서 이론적 상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의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모형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 수준이 변화하는 정도를 가지고, 대상 기술의 발전 패턴과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Gompertz모형은 대상 기술의 발전 속도가 “지금까지 이룬 발전(Y)과 최고치(L)의 비율(Y/L)로 표현된다. Gompertz 모형에서의 기술발전은 과거의 발전 양상 보다는 앞으로 발전할 모습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Gompertz모형은 초기 발전은 비교적 빠른 속도를 보이는 반면에 성숙기로 이행됨에 따라 느린 속도를 보이며, 결과적으로 모형 전체적으로 비대칭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Gompertz 모형은 기술발전이 Fig. 1과 같이 S자 형태의 성장곡선(S-curve)을 보인다는 점에서 지수함수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함수식으로 표현하면, 기술성장식 Y는 다음과 같다.

(1)
$Y = L · e^{-β·e-αt}$

여기서 Y = 기술수준, L = 최고 기술보유국의 기술수준, t = 년도, α, β = 계수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양변에 log를 취하고, β·e-αt 로 전개한 다음에 양변에 다시 log를 취한 후 전개하면 다음과 같다.

(2)
$lnβ - α·t = ln(ln(L/Y))$

여기서 다시 ln(β) = β'라고 하고, 이 식을 다시 종속변수의 추정식으로 전개하면 다음과 같다.

(3)
$(-1)\; x\; ln(ln(L/Y)) = - β' + α·t$

즉, t를 독립변수로, - ln(ln(L/Y))를 종속변수로 하여 회귀추정(Y=f(x)라고 할 때 한쪽의 변수에서 다른 쪽의 변수 값을 예측하기 위한 방정식을 회귀식이라 하고, 일반적으로 x와 y의 회귀식에서 독립변수인 x의 어떤 알려진 값을 대입하였을 때 종속변수 y의 값을 추정하는 방법을 회귀추정법이라고 함)하면, 절편 상수에 (-1)를 곱한 값이 β'의 추정값이 되고, 독립변수 t의 기울기가 α값이 된다. 이 때 ln(β) = β'를 지수전환하면, β = eβ'의 식에서 β 값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상과 같이 Gompertz 모형의 회귀추정식을 얻었다. 그 다음에는 Martino의 세 번째 시계열 자료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에 입각하여 Gompertz 모형을 가지고 회귀 추정하고자 한다.

우선,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수준에 대한 시계열 자료이다. KRRI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격년 단위로 고속철도차량에 대한 기술수준을 평가해 왔다. 기술수준을 평가한 시계열 자료는 다음의 Table 2에서 “실제 기술평가수준(A)”와 같다.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missing value를 전년도 값과 후년도 값의 평균값으로 평가하지 않는 년도, 즉 2011년, 2013년, 그리고 2015년 자료를 보정하였고, 2012년 기술수준 80.0은 그 이후 년도의 기술수준이 과도하게 낮게 평가된 점을 감안하여 outlier로 판단하여 보정하였다. 이와 같이 자료를 보정하여 Gompertz 회귀 추정식으로 변환한 결과는 Table 2의 회귀추정 변환 값과 같다.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수준에 대한 평가 자료를 토대로 Gompertz 모형에 의한 회귀 추정 결과, Table 3과 같이 기술수준(Y)과 년도(t)간의 관계는 R2 = .970, R2adj = .964, F= 161.747(p< .000)로 시간의 흐름(년도)은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수준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회귀 분석결과를 가지고 추정한 Gompertz 모형의 각 변수 값은 Table 4와 같다.

$Y = L · e^{-β·e-αt}$ 에 대입하여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수준에 대한 추정 결과는 다음의 Table 5와 같다.

그리고 고속철도차량 기술수준 평가 값과 회귀추정 값의 그래프는 다음 Fig. 2와 같다.

Gompertz 모형에 의한 회귀 추정 결과, Table 6과 같이 고속철도차량 기술수준이 최고기술 보유국의 90 % 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5년으로 2016년부터 9년이 지난 후이며, 95 %에 도달하는 수준은 2033년으로 2016년부터 17년이 지난 후이다. 또한 최고 기술 보유국에 100 % 도달하는 시점은 2088년으로 7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Fig. 1. S-Curve
../../Resources/KSCE/Ksce.2023.43.1.0131/fig1.png
Fig. 2. Graph of High-Speed Rail Vehicle Technology Level and Regression Estimation
../../Resources/KSCE/Ksce.2023.43.1.0131/fig2.png
Table 2. High-Speed Rail Vehicle Technology Level Evaluation Data against Regression Estimation Data (2010–2016)

Year

Evaluation Data

Regression Estimation Data

Level (A)

Adjusted Level (Y)

Target (L)

ln(L/Y)

ln(ln(L/Y)) = y

y(-1)

2010

68.3

68.3

100

0.3813

-0.96427

0.964273

2011

71.0

0.3421

-1.07275

1.072746

2012

80.0

73.8

0.3044

-1.18957

1.189565

2013

76.5

76.5

0.2679

-1.31722

1.317218

2014

76.7

76.7

0.2653

-1.32701

1.327013

2015

78.3

0.2446

-1.40804

1.408039

2016

79.9

79.9

0.2244

-1.49435

1.49435

Table 3. High-Speed Rail Vehicle Technology Level Evaluation Data (2010–2016)

Model

Non-standardized Coefficient

Standardized Coefficient

t

P-Value

B

Standard Error

Beta

(Constant)

-171.165

13.557

-12.626

.000

Year

.086

.007

.985

12.718

.000

R2

.970

R2adj

.964

F

161.747

Table 4. Each Variable Value of the Gompertz Model

Variable

Formula

Value

β'

Constant x (-1)

-171.165

β

exp (β' )

2.16755E+74

α

.086

L

100

Table 5. Comparison of Technology Level Evaluation Values and Estimated Values

Year

Real Evaluation Data

Estimated Value

Technology Level (A)

Target

Technology Level Estimated (B)

Gap (A-B)

2010

68.3

100

69.1

0.83

2011

71.0

71.3

0.22

2012

73.8

73.3

-0.5

2013

76.5

75.2

-1.34

2014

76.7

76.9

0.24

2015

78.3

78.6

0.32

2016

79.9

80.2

0.28

Table 6. Estimation of Reaching Time and Technology Gap of the Country with the Highest Technology of High Speed Rail Vehicle

Division

Real Evaluation (2016)

The Level of the Country with the Highest Technology

Technology Level

(%)

Gap

(Year)

Point of Arrival (90 %)

Point of Arrival (95 %)

Point of Arrival (100 %)

Year

Gap

Year

Gap

Year

Gap

High-Speed Rail Vehicle

79.9

5.2

2025

9

2033

17

2088

72

4. 기술격차 극복을 위한 기술추격 전략

고속철도차량은 대형 복합시스템이다. 대형 복합 시스템(Complex Product & System: CoPS)이란 항공기, 고속철도, 해상 풍력 단지 등과 같이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고, 기술집약적이며, 주문형으로 제작되는 자본재 성격의 시스템을 말한다(Hobday, 2000). 이런 대형 복합시스템은 “① 기술적 복잡성: 많은 부품과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되고, 시스템의 계층제가 깊기 때문에 시스템 통합이 어렵다. ② 생산형태: 다수의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소규모 일괄생산방식이다. ③ 제품의 성능에 대한 예측 가능성: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창발적이고 예측하지 못한 특성이 나타나고, 피드백에 의한 조정의 문제가 매우 복잡하다. ④ 혁신과정에의 사용자 참여: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깊이 참여한다.”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차량 개발은 이러한 기술적 복잡성, 대규모의 투자비,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정부 주도로 기술개발이 추진되어왔다. 정부는 고속철도를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동력 집중식(열차를 끄는 힘을 발휘하는 견인동력이 맨 앞쪽과 뒤쪽의 전동차량에만 달려 있는 열차) 시제차량(HSR-350)을 개발하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안정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시험운행이 추진되었으며, 최고 속도 350 Km/h, 누적 운행 20만Km 성능시험을 끝내고 2010년 KTX-산천이라는 상용화 모델로 전라선과 호남에 투입하였다(Yoon, 2011). 그리고 2012년 국책과제로 동력 분산식(동력이 여러 차량에 분산되어 있는 열차) 시제차량(HEMU-430X)이 개발되었고, 이 기술을 토대로 KTX-이음을 상용화 모델로 개발하여 2021년 중앙선과 경강선에 투입하였다(Namuwiki, 2022a).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준과 격차를 예측한 결과, 최고 기술 보유국의 90 % 수준에 이르는 시점도 2025년이고 95 % 수준에 이르는 시점은 2033년, 즉 17년 이후가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어떤 기술 추격 전략이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대형복합시스템의 기술발전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Krasner(1988)는 “단절된 평형(punctuated equilibrium) 모델”에서 변화란 내부적으로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이라 하기 보다는 외부 충격에 의해 급격한 전환의 결과로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이것이 또다시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외부 충격에 의한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과 급격한 혁신, 그리고 이를 뒤따르는 장기간의 평형(stasis)과 잠김(lock-in)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혁신과 재생산의 두 과정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즉 외부 충격에 의한 결정적 단절(critical juncture)의 시기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그 이후 피드백 메카니즘으로서 균형 피드백이나 수확체증 피드백을 통해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고속철도차량 산업이 선진 기술국을 추격하고 따라잡기 위해서는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되는 기회의 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Lee and Malerba(2017)는 기회의 창을 기술적 기회, 수요의 기회, 그리고 정책적 기회로 나누고 있다.

첫째, 기술적 기회의 창(technological window)은 기술적 단절(technological discontinuity)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이 출현할 때, 선발주자는 기존 시스템을 신뢰하면서 능력의 함정(capability trap)에 빠지게 되고, 후발주자는 신속하게 새로운 기술 트랜드로 이동할 수 있다. 그 새로운 기술 트랜드에 부응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Perez and Soete, 1988). 최근 ICT에 의한 스마트 고속철, 수소연료 고속철, 자기부상기술 등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스마트 고속철도에 대한 기술평가를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친환경 수소 모빌리티 수요 증가에 따라 수소 전기 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기회의 창에 주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시장 수요에서의 기회의 창(demand window)이다(Mathews, 2005). 분석가들은 많은 나라가 고속철도망(high speed rail)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6개국이 현재 운행 중인 고속철도 노선이 총 49,145 Km이고, 건설 중인 노선은 16,825 Km이며, 승인되고 건설 예정인 노선이 12,183 Km에 달한다. 그리고 에너지 절감효과 차원에서 보면 자동차의 4배, 비행기의 9배 정도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점이다(Nunno, 2018). 더군다나 고속철도차량 시장은 년 평균 5.2 % 성장하여 2029년에 1490억불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기회의 창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책적 기회의 창(institutional window)이다(Park and Ji, 2020). 한 나라의 기술추격(technological catch-up)은 정부의 기술정책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고속철도망을 도입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형 고속철도차량(KTX)을 개발한 사례는 좋은 정책적 기회의 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형 복합 시스템 사업으로서 고속철도차량 사업에서의 정부 역할은 기술 개발 지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 → 운행과 기술축적 → 표준개발의 기술생애주기(technology life cycle)” 전반에서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회의 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대형복합시스템의 경우 기술추격단계(catch-up process)에 따라 기회의 창을 활용하는 전략도 달라지게 된다. 고속철도차량의 기술추격단계는 Fig. 3과 같이 기술모방단계(Technology Imitation) → 혁신통합단계(Integrated Innovation) → 원천기술개발단계(Original Innovation)로 진행될 것이다(Huang et al., 2021).

기술모방단계는 선진 외국의 고속철도 차량 기술을 도입하고 내재화하는 단계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프랑스 알스톰으로부터 동력집중식 고속철도차량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고속철이라 할 수 있는 KTX-산천을 개발한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기술모방단계에서는 국가의 기술정책을 통해 기술적 기회를 창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혁신통합 단계에서는 도입한 기술을 토대로 기술개발능력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단계이다. 한국의 경우 동력 분산식 시제차량(HEMU-430X)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KTX-이음은 KTX-산천에 비교하여 좌석수가 40-50 % 더 많고, 전력 소비량은 기존 모델 대비 75 %가 낮으며, 최고 도달 속도도 230초로 86초 더 빠르고, 300 km/h까지 가속 성능도 약 10초정도 더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Namuwiki, 2022b). 기술 모방 단계에서 혁신통합단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단계에서의 이슈는 시장에서의 기회의 창에 접근하여 개발된 기술의 활용기회를 확대하고 기술을 개선하는 일이다. 한국의 경우, 동력집중식 KTX-산천과 동력분산식 KTX-이음을 개발하여 운행 중에 있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기회에의 접근을 위한 제품 준비는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입찰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제품의 운행실적”이다. 시장은 운행 실적을 통해 고속철도 차량의 현실 적합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운행 경험이 있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국내 구매 결정권자인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원천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다양한 기술 플랫폼과 제품이 출현한다.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다양한 나라들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학습하여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으로 경쟁하는 단계를 말한다. 중국의 경우 4개 기술플랫폼으로부터 17개의 EMU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Huang et al., 2021)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단계에서는 전혀 다른 기술 플랫폼에서 다양한 모델이 출현하고, 이에 따라 고객 인터페이스, 운영상의 차이, 통제방식, 유지보수 등에서 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다시 중요해 지게 된다. 즉 다양한 기술이 개발됨과 동시에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기술추격 단계에 따라 기회의 창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발주자와 선도자 간의 기술격차가 큰 경우, 즉 기술모방단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새로운 기술적 기회의 창이 열린다. 기술적 격차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기술적 기회의 창이 시장에서의 기회의 창으로 전환되게 된다. 시장 수요에 부응하여 적합한 제품을 내 놓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서의 기회의 창은 더욱 세분화되고 그 세분 시장에 부응하여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해 지게 된다. 원천기술 개발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술 모방단계에서 출발하여 혁신통합단계, 그리고 원천기술 개발단계로 이행함에 따라 각각 다른 기회의 창이 열리지만, 모든 기회의 창에 대응하여 복합시스템 제품으로서 고속철도차량 기술의 추격 전략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기관의 협력(collaboration)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Fig. 3. The Three Stages of Technology Catch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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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 론

본 연구에서는 2010년부터 고속철도차량 기술에 대한 격년 간격의 기술수준평가가 안정적으로 수행되어 왔고, 매 평가마다 최고 기술보유국과의 기술격차가 4-5년으로 평가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2010년에 최고 기술보유국과의 기술격차가 4-5년이라면, 2015년에는 이미 달성되어 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5년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기술수준 평가에 대한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Gompertz 모형을 가지고 회귀추정 하였다. 그 결과 고속철도차량 기술이 최고 기술 보유국의 95 %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17년이 필요하고, 100 %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7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기술수준 평가는 기술정책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속철도 차량의 기술 수준과 기술격차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기술추격 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고속철도차량 사업은 기본적으로 복합 시스템 사업이고, 시장에서는 중국중차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의 알스톰과 케나다의 봄바르디아가 합병하였다. 기술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크고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며, 시장에서는 대형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추격단계를 기술모방단계 → 혁신통합단계 → 원천기술 개발단계로 구분할 때, 한국은 혁신통합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느 단계에 있든 국내 시장 수요가 많지 않고 해외의 대형 선도기업과 경쟁하면서 원천기술개발단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협력(collaboration)을 통한 기술추격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력을 통한 기술추격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각 참여주체들은 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고유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가지고 서로 기여(contribution)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산학연. 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을 토대로 성장과 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추격 전략이라 판단된다.

본 연구는 고속철도차량 기술은 한국 고유의 기술축적 과정에 따라 발전한다는 전제 하에 최고 기술보유국과의 기술격차를 예측하고, 그 예측결과를 기반으로 기술추격 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미래에 그 동안의 기술축적 과정과 다르게 획기적으로 기술투자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고속철도차량사업에서 기술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최고 기술보유국과의 기술격차는 달라질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추격 전략 또한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향후 고속철도차량 기술에 대한 투자와 기술 추세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기술격차 예측과 그에 따른 기술추격 전략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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