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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pt. of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Republic of Korea.)
  2. (Enertech Co., Ltd, Republic of Korea.)



Asset management, carbon neutrality, condition-based risk management, life extension, operational efficiency

1. 서 론

전력산업은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발·송·배·전 설비의 확충을 통한 전력 공급 능력 확대를 주요 과제로 여겨왔다. 최근에는 전력 수요량이 포화되는 추세에 진입하면서, 전력산업은 기설 자산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 확립, OPEX (운영 비용, Operating Expenditure)과 CAPEX (투자 비용, Capital Expenditure) 절감,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였다[1,2]. 현재 국내 전력산업에는 두 가지 문제가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첫째는 국제 유가의 상승, 전력 판매 단가의 고착화,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른 발·송·배전 설비 확충 압력, 노후 설비 교체물량 집중으로 인한 CAPEX 부담 증가이다. 둘째는 탄소중립에 관한 국제 사회의 관심과 요구 증가이다. 즉, 현재 국내 전력산업은 재무적 부담으로 인한 경영난 타개와 더불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의 전력사는 전력설비 자산관리를 통해 현재 국내 전력산업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국내 전력산업이 재무적 부담으로 인한 경영난을 해소하고 탄소중립 실현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과 일본 전력사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해외 사례의 적용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논문은 총 두 편의 시리즈로 구성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영국과 일본의 전력산업 동향과 전력설비 자산관리 도입 배경,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기술 동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 영국과 일본의 전력산업 동향 : 전력설비 자산관리 도입 배경

2.1 영국: 민영화와 자산관리 체계 도입

제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영국은 정부 주도 경제 계획을 채택하였으며, 이러한 정책 기조는 세계대전 이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높은 복지비용 지출과 매우 낮은 노동 생산성을 유발하였으며, 1970년대에는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를 맞는 등 영국 내·외부의 복합적인 어려움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3].

이후 1979년에는 국영 기업의 민영화 정책을 통해 영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민영화 정책의 목표는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경제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데 있다. 민영화는 석유, 통신, 가스, 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추진되었으며, 전력산업은 1989년 시행된 전기법 (Electricity Act 1989)을 계기로 민영화되었다. 전력산업은 공공재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 소유권이 민간으로 이전되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스·전력 규제 기관인 Ofgem (Office of Gas and Electricity Markets)이 설립되었다[4]. Ofgem은 에너지 관련 사업자 간 경쟁의 공정성과 투명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기관으로, 설립 목적은 민영화에 따른 문제점과 가스 및 전력산업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전력사로 하여금 자산의 효율적 운용과 자산의 가치 및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자산관리 관련 표준이 제정되는 배경이 되었으며, 전력산업에 자산관리 개념을 도입하는 배경이 된다[5]. 그림 1에는 앞서 언급한 전력산업의 민영화 및 자산관리 관련 표준의 제정 연대표를 정리하여 나타내었다.

그림 1. 전력산업의 민영화 및 자산관리 관련 표준의 제정 연대표

Fig. 1. Chronology of power sector privatization in UK and development of asset management stand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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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 (영국 표준 협회, British Standards Institution)의 PAS (Publicly Available Specification) 55는 물리적 자산 (철도 시스템, 석유 및 가스설비, 전력설비 등)의 최적화된 관리를 위한 사양과,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PAS 55는 PAS 55-1, 55-2로 구성된다. PAS 55-1에서는 조직이 갖추어야 할 자산관리 시스템의 요건을 정의하고 있으며, PAS 55-2에서는 PAS 55-1에 명시된 내용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구 있는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표준에서는 자산관리를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산과 자산 시스템의 성능, 리스크, 비용을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최적화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활동’으로 정의한다[6].

PAS 55는 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55000 시리즈가 제정되면서 2015년에 폐지되었다. ISO 55000 시리즈에서는 기존 PAS 55에서의 자산관리 대상이 물리적 자산

즉, 유형 자산만으로 국한되어 있는 점을 개선하여 기업의 가치와 평판, 디지털 자산, 라이센스 등 무형 자산 또한 자산관리 대상으로 확장하였다. ISO 55000 시리즈는 ISO 55000, 55001, 55002로 구성된다. ISO 55000에서는 자산관리와 관련된 전반적인 개요와 자산의 가치 실현을 위한 전략적 기반을 제공한다. ISO 55001에서는 자산관리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명세하고 있으며, ISO 55002에서는 ISO 55001에 명세된 요구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해당 표준에서는 자산관리를 ‘자산으로부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의 조화된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7]. 최근 IEC TC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ion Technical Committees)에서는 전력설비에 초점을 맞춘 자산관리 기술 표준인 IEC 63223과 IEC 63224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들은 2026년 출판 예정에 있다. IEC 63223은 IEC 63223-1, 63223-2로 구성된다. IEC 63223-1에서는 전력설비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옵션과 전력설비 자산관리의 원칙 등 전반적인 개요를 제공하며, IEC 63223-2에서는 의사결정의 정량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위한 리스크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제공한다. IEC 63224에서는 ISO 55001에 명세된 자산관리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전력설비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고, 영국과 일본 등 각 국가 전력사의 자산관리 적용 사례를 제공한다. 해당 표준에서 자산관리는 ISO 55000에 명시된 바와 동일하게 정의된다. 즉, 자산관리는 자산의 수명주기 동안 최적의 시기에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옵션 (유지보수, 수명연장, 교체)을 결정함으로써 자산의 성능과 조직의 가치, 평판 등에 기반한 리스크를 관리하며, 자산 운용 및 폐기에 따른 OPEX와 CAPEX를 효과적으로 운용·계획하는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2.2 일본: 전력시장 개혁과 자산의 가치 극대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장기간 지역 독점형 전력산업 구조가 유지되어 전력사 간 경쟁의 부재로 인해 전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높은 전기요금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1990년대 초반에 거품 경제가 붕괴되면서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전력시장 자유화 및 규제 완화 트렌드에 힘입어 소매시장의 순차적인 개방을 통한 전력산업의 구조 개편을 시작하였다[8,9].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유지와 에너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산관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10]. 또한, 전력수급의 불안정성 지속과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해 전기요금 급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4월 일본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전기요금 인상 억제, 전력사의 사업 기회 및 소비자의 전력사 선택 폭 확대 등을 목적으로 ‘전력 시스템에 관한 개혁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력시장 전면 자유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다[8].

2015년 일본은 OCCTO (Organization for Cross-regional Coordination of Transmission Operator)를 설립하였다. OCCTO는 전력 수급 계획 수립, 지역 간 전력 수급 및 주파수 조정, 송전설비 증강 및 전국 단위 계통 운영을 담당한다. OCCTO의 설립을 시작으로 2016년 소매시장 전면 개방, 2020년 송·배전 부문의 법적 분리를 통해 전력시장 개혁이 추진되었다. 전력시장 개혁은 규제 요금 방식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는데, 전력사에서 총괄 원가 방식으로 산정한 요금을 정부의 인가를 거쳐 결정하던 기존의 규제 요금 방식에서 전력사 재량으로 결정되는 자유 요금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전력사들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요금 인하를 추진하면서 대중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였다. 이와 같은 시장의 동향은 전력사들로 하여금 무분별한 설비 투자를 억제하고 자산의 효율적 운용과 기설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유도하였다. 즉, 이를 통해 일본의 전력사들은 전력설비 자산관리의 핵심 원칙인 ‘자산의 가치 극대화’를 더욱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기술 동향

3.1 영국: Ofgem과 RIIO Framework

Ofgem은 전력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핵심 과제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RIIO (Revenue = Incentives + Innovation + Outputs) Framework를 도입하였다. RIIO Framework는 전력사의 수익을 규제하는 모델로서, 그 목표는 경제적인 비용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장을 형성하는 데 있으며, 에너지 시장 경쟁 활성화, 온실가스 배출 규제, 소비자 보호 등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시장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된다[11]. RIIO Framework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획일화된 판단 기준을 통해 전력사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 있다. 기존에는 각 전력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력설비의 규모와 자산의 운용 방식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되는 전력설비의 명명법, 각 전력설비의 상태 평가 방법 등)이 상이하여 일관되고 공정한 방식으로 각 전력사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각 전력사들은 Ofgem의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NARM (Network Asset Risk Metric)과 CNAIM (Common Network Asset Indices Methodology)이라 불리는 획일화된 리스크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였으며, 리스크 평가 결과를 Ofgem에 보고하고 있다. 그림 2는 리스크 평가 방법론의 개요를 나타낸다[12].

그림 2. 영국 전력사의 리스크 평가 방법론 개요 [12]

Fig. 2. Outline of risk assessment methodology for electricity utilities in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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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M과 CNAIM은 자산의 상태에 기반한 리스크를 도출하는 CBRM (Condition-Based Risk Management) 방식의 자산관리 기법에 기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전력사들은 NARM과 CNAIM을 리스크 산출뿐만 아니라 개입 (Intervention)의 근거를 마련하고 그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림 3은 자산의 생애주기를 나타낸다[13]. 개입이란, 자산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 또는 기준 사용수명에 도달한 경우 수행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개입의 옵션으로는 교체와 수명연장 등이 있으며, CAPEX 절감 차원에서 수명연장이 다수 채용되고 있다. 수명연장이란, 기대수명에 도달한 자산에 대해 열화의 진전이 빠른 부위를 수리하고 그 기능을 유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림 3. 자산의 생애주기

Fig. 3. Life cycle of ass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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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 수행 및 이에 따른 비용 절감 사례는 NGET (National Grid Electricity Transmission), SPEN (SP Energy Networks), ENWL (Electricity North West Limited) 등 여러 전력사의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송전 사업자인 NGET는 41대의 전력용 변압기에 대해 5년의 수명연장을 결정하고 GIS의 적절한 개입 기법 개발을 통해 약 3억 파운드 이상의 CAPEX를 절감하였다[14]. 배전 사업자인 SPEN은 변압기, 개폐장치 등 전력설비에 대해 10~20년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3천만 파운드 이상의 CAPEX를 절감할 수 있었다[15]. 또한, 배전 사업자인 ENWL은 94대의 배전용 변압기 및 15대의 전력용 변압기에 대해 최적의 수명연장 시점에서 20년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1,500만 파운드의 CAPEX를 절감하였다고 발표하였다[16]. 수명연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전략은 자산의 평균 사용연수 증가로 이어졌으나, 이는 전력 시스템의 신뢰도 저하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배전 사업자인 UKPN (UK Power Networks)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에 나타낸 것과 같이 UKPN의 자산은 타 전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용연수가 높으나, 그림 5에 나타낸 것과 같이 전력 공급 신뢰도는 타 전력사와 비교하여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17,18]. UKPN은 이를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자산의 상태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근거하여 적시적소에 개입함으로써 자산의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개선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림 4. UKPN 자산의 사용연수 분포 [17]

Fig. 4. Age distribution of assets in UK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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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DNOs의 전력 공급 신뢰도 비교 [18]

Fig. 5. Comparision of power supply reliability between D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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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명연장을 통하여 자산의 성능 개선에 따른 신뢰성 향상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he Crown Estate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설 설비의 수명연장은 신설 설비 투자에 비해 자원 소모량과 CO2 배출을 80%가량 지연시킬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해상 풍력 발전설비의 수명연장에 따라 1MW의 용량 당 136ton의 강철과 8ton의 유리, 4ton의 폴리머를 절감할 수 있으며, 470ton의 CO2 배출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19]. 즉, 전력설비 자산관리 관점에서 NARM과 CNAIM은 자산의 사용연수 기반 교체 전략에서 탈피하여 자산의 실제 상태에 기반한 리스크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수명연장을 통해 LCC (Life Cycle Cost)와 탄소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 의의를 가진다.

3.2 일본: OCCTO와 CNAIM

그림 6은 일본의 전력 수요량 추이를 나타낸다[20]. 최근 들어 일본 내 전력 수요량이 둔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OCCTO는 신규 설비의 투자를 통한 기존의 전력망 용량 증대가 아닌, 기설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였다[9]. 이러한 정책 기조는 전력사들로 하여금 점검 및 진단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자산의 수명을 효과적으로 연장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나아가 수명연장 기법의 적극적인 개발과 적용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림 6. 일본의 전력 수요량 추이

Fig. 6. Electricity demand trends in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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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 수명에 의존하던 기존의 자산관리 방식은 전력설비의 실제 건전도를 적절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는 자산의 상태가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기준 사용수명을 초과한 설비가 단순히 사용연수에 근거하여 교체되는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전력 수요량이 급증하던 시기에 대거 설치된 전력설비에 대한 교체물량 집중으로 CAPEX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산의 실제 상태를 기반으로 리스크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입 및 교체물량 분배의 근거를 마련하는 CNAIM은 전 세계적으로 벤치마킹을 거쳐 현지 실정에 맞게 적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2021년을 전후로 OCCTO의 주도하에 도입되었다[21]. OCCTO가 CNAIM을 도입한 구체적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언급한 일본 전력사의 정책 기조에 근거하여 자산의 사용연수가 기준 수명을 초과한 경우 또는 자산의 건전도가 열악한 경우 기술적 평가와 경제성 평가를 통해 수명연장 여부 또는 교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의 리스크 산출 방식은 자산의 건전도 개선을 통해 리스크가 완화되는 경우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합리적인 교체 계획 수립에 한계가 존재한다.

둘째, 전력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에 전력설비가 대거 설치되었는데, 최근 들어 교체 물량이 집중되면서 공사의 실현성, 예산 분배, 공급 신뢰도 유지와 관련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미래의 리스크를 예측하고 이를 적절히 고려하여 교체 물량을 단계적으로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셋째, OCCTO는 일본 정부로부터 각 전력사가 보유한 자산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각 전력사가 보유한 자산의 리스크를 일관된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는 획일화된 리스크 산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그림 7은 일본의 주요 전력사 중 하나인 TEPCO가 보유한 GIS의 사용연수 분포를 나타낸다[22]. TEPCO의 GIS 중 25년 이상 사용된 설비가 전체의 약 55%에 달하며, 이 중에서도 36년 이상 사용된 설비가 약 21%를 차지한다. 즉, TEPCO에서는 수명연장을 통해 GIS를 30년 이상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경우에 따라 4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사례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또 다른 주요 전력사인 호쿠리쿠 전력 또한 전력설비의 노후화 대책으로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 근거는 호쿠리쿠 전력의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 효율성과 공급 신뢰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CBRM에 기반한 교체 전략을 수립하여 노후 설비의 교체 시기를 분산시키고 있다[23]. 즉, 상태가 양호한 설비는 유지보수와 수명연장을 통해 더욱 장기간 활용하고 상태가 불량한 설비는 조기에 교체하여 운영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최적화하고 있다. 수명연장 중심의 관리 방식은 TEPCO와 호쿠리쿠 전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주부 전력과 간사이 전력 등 일본 내 다른 주요 전력사에서도 폭넓게 채택되고 있다[24,25].

그림 7. TEPCO가 보유한 GIS의 사용연수 분포

Fig. 7. Age distribution of GIS in TE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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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전력에서는 수명연장에 따른 비용 편익과 탄소배출 지연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로는 그림 8에 나타낸 것과 같이 GIS의 사용연수를 30년에서 45년으로 연장 하는 경우 설치 및 운영 비용을 모두 고려한 LCC가 약 14%가량 절감될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25].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철거 물량에 대한 건전도 평가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주부 전력에서는 전력설비의 부품별 관리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기준 사용수명 및 유지보수 주기를 지속적으로 검토 및 보완하여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신규 물량 제조 및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의 배출을 132kV GIS 1Bay 당 약 5,000ton가량 지연시킬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이는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이 전력설비의 운영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전력설비의 수명연장이 탄소중립 이행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8. GIS의 수명연장에 따른 비용 편익

Fig. 8. Cost-benefit of life extension for G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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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내 전력설비 자산관리 현황과 과제

ISO 55000이 제정되었던 2014년부터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이하 한전)를 중심으로 전력설비 자산관리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전력설비의 데이터 표준화, Health Index, 잔여수명 평가, 투자가치 평가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2018년에는 송·배전 10종 주요설비 (전력용 변압기, GIS, 지상 변압기 지중 개폐기 등)에 대해 데이터 정제 및 리스크 평가 모델을 구축하였다[26]. 2023년에는 빅데이터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향후에는 대상설비 확대 및 전사 차원으로의 확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공급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 9에 나타낸 것과 같이 2023년을 기준으로 부채는 200조원을 초과하였으며, 재무적 부담으로 인해 노후 설비 교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27].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림 9. 한국전력공사의 부채 추이

Fig. 9. Trend of debt in KE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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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은 2018~2022년의 산업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나타낸다[28]. 국내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공정, 농업 등 기타 분야에 비해 최대 7배 이상 높아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은 기준 사용수명을 초과한 설비를 폐기물로 간주하고, 이를 분해하여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은 원료 수준에서의 회수에 그치며, 사용 후 제품에 잔존하는 부가가치는 회수할 수 없어 자원순환 관점에서는 가장 낮은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즉, 현재 국내 전력산업에서는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 모델을 구체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전략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림 10. 산업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Fig. 10. Trends in greenhouse gas emissions by industry s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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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현재 한전에서는 재무적 부담으로 인한 경영난 해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전략 마련이라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전력설비의 수명연장 전략을 제안한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영국과 일본은 Ofgem과 OCCTO 주도하에 수명연장 중심의 전력설비 자산관리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결과 CAPEX 절감과 탄소배출 절감이라는 결과를 이끌었다. 그러나, 수명연장은 노후된 자산의 수량이 증가하여 고장 위험도 증가와 관련된 불안감을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수명연장 전략을 모든 자산에 일괄적으로 단번에 적용하기보다는 시범 운용 과정을 거친 뒤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의 배전 사업자인 ENWL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는데, 변압기에 개입하는 최적의 시점을 파악함으로써 수명연장 효과를 극대화하는 프로젝트이다[16].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은 Twin 자산을 구축하는 것인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13개의 변전소에서 20대의 33kV 및 6대의 132kV 변압기를 선정한다. 둘째, 일부 변압기에 수명연장 기법을 적용하고, 다른 변압기는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열화되도록 방치한다. 셋째, 모니터링을 통해 변압기의 상태를 6년간 지속적으로 파악한다. 넷째,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시간 경과에 따른 열화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최적의 개입 시점을 결정한다.

즉, 단계적 접근 전략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역시 이러한 접근 방식을 참고하여 수명연장 전략의 단계적 도입과 실증적 검증을 통해 불필요한 조기 교체를 억제하고 자산의 경제적 및 환경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5. 결 론

본 논문은 전력산업의 경영 효율성 제고와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수명연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체계를 고찰하였다. 특히, 영국과 일본의 전력산업 구조 변화와 자산관리 체계의 도입 과정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자산관리 철학을 살피고, NGET, ENWL, 주부 전력 등의 사례를 통해 수명연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전략이 OPEX와 CAPEX 절감,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식을 파악하였다. 즉,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을 통해 국내 전력산업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자산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도입 배경과 해외의 사례 분석에 초점을 맞춰 구성된 논문으로, 후속 논문에서는 GIS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의 열화 특성을 파악하고 수명연장의 경제적, 환경적 지속 가능성 분석을 통해 수명연장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입증하고자 한다.

감사의 글

This work was partly supported by the Korea Institute of Energy Technology Evaluation and Planning(KETEP)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MOTIE) (20217610100090, Development of remanufacturing technology through ICT/AI-based asset management for low-degradation aged GIS) and the Human Resources Development of the Korea Institute of Energy Technology Evaluation and Planning(KETEP)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No. 20224000000070) i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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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예찬(Yechan Kim)
../../Resources/kiee/KIEE.2025.74.9.1541/au1.png

He received maste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5. Currently, attending a Ph.D.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정민경(Minkyung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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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received a maste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0. Currently, attending a Ph.D.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er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구본혁(Bonhyuk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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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maste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5. Currently, attending a Ph.D.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김재상(Jaesang Kim)
../../Resources/kiee/KIEE.2025.74.9.1541/au4.png

He received bachel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4. He is currently a master’s course in Dept. of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박훈양(Hoonya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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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currently the CEO of Enertech Co., Ltd. and holds a Ph.D. in Electrical Engineering. His research areas include power quality and harmonics, electrical equipment asset management, AI-based transformer condition monitoring, and smart grids.

강형구(Hyoungku Kang)
../../Resources/kiee/KIEE.2025.74.9.1541/au6.png

He received doct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Yonsei University in 2005. He is currently a professor in Dept. of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