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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pt. of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Republic of Korea.



Conformity Assessment, Distribution Power Equipment, Qualified Design Boundary, Remanufacturing, Reuse

1. 서 론

최근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전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사용 후 자산의 순환 이용과 잔존가치 보존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1]. 전력설비는 자본집약적 자산으로, 철거 시점에 모든 부품과 기능의 가치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상태에 따라 재사용(reuse) 또는 재제조(remanufacturing)를 선택하는 것이 일률적인 폐기보다 자원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2].

국내에는 재제조 산업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재제조 제품에 대한 품질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2년 4월부터 재제조 대상 제품의 지정 제한도 폐지되었다[3- 6]. 이러한 제도적 기반 아래 자동차 부품의 국내 재제조 분야는 약 8,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였다[7].

그러나 전력설비 분야의 여건은 이와 상이하다. 전기설비 검사제도는 기존 설비의 이설과 재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지만, 국내 전력망에 사용되는 변압기, 차단기 및 개폐장치를 대상으로 한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재사용·재제조 조달시장은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8].

국내 선행연구에서는 전력설비 재제조를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설비 수명연장과 재제조 산업 생태계 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논의하였다[9].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 적합성을 판단하고 그 결과를 의사결정으로 연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형식시험을 통해 설계 단위로 성능이 입증되는 전력설비의 특수성을 반영한 판정 기준과 재사용·재제조 또는 폐기 등의 처리경로로 연결하는 의사결정 절차, 그리고 기존 국내 제도와의 연계 및 단계적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 공백이 존재한다. 선행연구의 그룹별 비교와 이 공백의 구체적인 근거는 2장에 제시한다.

한편 해외에서는 전력설비의 노후화와 공급망 제약이 심화되면서 기존 자산의 가치보존이 전력망 운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북미전력신뢰도기구(NERC)는 2025년 하계 신뢰도 평가에서 Wood Mackenzie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2024년 기준 변압기의 평균 조달 리드타임이 약 120주이며 대형 변압기는 약 80~210주에 이른다고 보고하였다[10], [11].

이러한 장기 조달 리드타임은 기존 전력설비의 활용 여부가 단순한 구매비용 절감이나 환경적 편익을 넘어 공급 안정성과 자산 확보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력설비의 가치 보존은 공급 위험, 예비품 확보 및 생애주기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자산관리 의사결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망 제약이 심화될수록 재사용과 재제조는 신품 구매를 보완하는 현실적인 공급 대안으로서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연계설비의 확대와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제약에 대비하여 기존 전력설비의 가치 보존과 순환 이용을 위한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를 실제 조달 및 계통 적용으로 연계하기 위한 적합성 판정 기준과 이행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자동차 부품 재제조와 전력설비의 여건을 기술·시장·제도의 세 측면에서 비교하고, 일본·미국·유럽의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사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여건에 적용할 수 있는 다층 적합성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연구 범위는 철거 설비를 코어로 회수한 이후 재사용 또는 재제조를 거쳐 계통이나 시장에 재진입하는 경로로 한정하며, 대상 설비는 배전급 전력설비로 설정하였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네 가지 측면을 다룬다. 첫째,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가 실제 조달과 계통 적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을 기술·시장·제도 측면에서 분석한다. 둘째, 일본·미국·유럽 사례를 비교하여 재사용·재제조 전력설비의 적합성을 입증하는 공통 요소와 국내 적용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셋째, 재사용·재제조 과정에서 수행된 작업이 형식시험으로 성능이 입증된 기존 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설계 범위를 구분하고, 범주별 검증 수준과 의사결정 절차를 포함하는 적합성 판정체계를 제시한다. 넷째, 제안한 판정체계를 국내에 도입하고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이행방안을 제시한다.

2. 재사용과 재제조의 구분, 선행연구 및 연구 범위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은 재제조를 사용 후 제품 또는 부품을 분해, 세척, 검사, 보수, 조정, 재조립 등의 공정을 거쳐 원래 성능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갖도록 만드는 산업 활동으로 정의한다[3]. 그러나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활동이 법률상 재제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설비에 어떠한 작업이 수행되었는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재사용 또는 재제조 과정에서 수행되는 세척, 보수, 부품 교체, 복원 및 설계 변경 등의 작업을 개입(intervention)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개입의 내용과 수준은 기존 설계에 미치는 영향과 요구되는 검증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유럽환경청(EEA) 산하 ETC/WMGE와 BS 8887-220은 사용 후 제품의 순환 경로를 개입 수준에 따라 구분하며, 재제조품에는 최소한 신품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과 이에 상응하는 보증을 요구한다[12], [13]. 미국의 ANSI/RIC001.2-2021은 재제조 결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코어의 취득·검사·처리부터 재제조 공정 전반을 문서화된 절차에 따라 통제하고 재현 가능하게 수행하도록 규정한다[14]. 한편 해외 사례와 관련 표준에서는 재사용·재제조 외에도 재생(reconditioning/refurbishment)과 개조(conversion)가 서로 다른 개입 수준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사용 후 설비의 순환 경로와 관련된 용어를 개입 수준에 따라 표 1과 같이 구분한다.

표 1의 세척, 수리 및 정비 등은 설비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수행되는 개별 작업이며, 수행 목적과 범위에 따라 재사용, 재생 또는 재제조 과정에서 적용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재사용과 재제조를 주요 대상으로 하며, 재생과 개조는 이들과 구별되는 관련 개념으로 다룬다. 동일한 활동 유형이라도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설계 범위 판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설계 범위 판정은 기존 형식시험 결과의 적용 가능성과 추가 검증 수준을 결정하는 데 활용한다.

표 1 개입 수준에 따른 사용 후 전력설비의 순환 경로 분류 및 정의

Table 1 Classification and definitions of circular pathways for end of use power equipment by intervention level

용어 정의와 개입 범위 성능·보증 목표 전력설비 예시
재사용
(Reuse)
세척, 녹 제거, 재도장, 절연유 재생 및 소모성 부품의 동일 사양 교체 등 원 설계를 유지하는 범위의 작업 후 재투입 상태 판정 기준과 일상시험·현장시험 합격 동일 전력회사 계통에 재투입되는 선별 주상변압기 또는 개폐기
재생
(Reconditioning/
Refurbishment)
마모·열화 부위의 복원을 통해 사용 가능한 상태를 회복시키는 활동 사용 적합 상태의 회복 접촉부 정비와 부품 교체를 거친 배전용 개폐장치
재제조
(Remanufacturing)
통제된 분해, 복원 또는 교체, 재조립 및 완성품 전수 시험 최소 원 성능 이상, 문서화된 공정과 최종 합격판정 및 상응하는 보증 OEM 공장에서 재제조한 기중차단기
개조
(Conversion)
정격, 차단부, 절연재료, 보호기능 등 검증설계 성립조건의 변경 변경 범위에 대한 설계검증·적합성 재평가 전자기계식 트립장치를 전자식 트립유닛으로 교체한 차단기

재사용·재제조에 관한 선행연구는 연구대상과 접근 방식에 따라 네 그룹으로 구분하였으며, 각 그룹의 연구대상, 분석방법, 주요 결과, 한계 및 본 연구와의 차이를 표 2에 정리하였다. 표 2의 비교 결과, 기존 연구에서는 세 가지 연구 공백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재제조 일반·순환경제 연구는 재제조 공정과 폐쇄형 공급망의 중요성을 제시하였다[2], [12], [15]. 그러나 제조업 일반의 제품과 부품을 주된 대상으로 하므로, 형식시험을 통해 설계 단위로 성능이 입증되고 제품시험과 설치 적합성이 구분되는 전력설비의 특성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둘째, 국내 재제조 산업·정책 연구와 전력설비 재제조 연구는 시장 현황, 제도 개선 방향 및 재제조의 필요성을 논의하였으나, 평가 결과를 재사용·재제조·폐기 등의 처리경로로 연결하는 의사결정 절차는 제시하지 않았다[6], [7], [9]. 셋째, 설비별 기술표준과 지침은 평가·재생·개조에 필요한 기술요건을 제시하지만, 이를 국내의 품질 인증, 사용전검사 및 조달·품질보증 체계와 연계하는 절차는 다루지 않는다[13], [14], [19- 21]. 또한 대상 품목의 선정 기준과 단계적 도입방안도 충분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본 연구는 전력설비의 특성을 반영한 적합성 판정 기준과 의사결정 절차를 제시하고, 이를 국내 제도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별 이행방안을 제안한다.

표 2 선행연구 그룹별 비교와 본 연구의 차별성

Table 2 Comparison of prior literature groups and differentiation of this study

구분 연구 대상 분석 방법 주요 결과 본 연구와의 차이
재제조 일반·순환경제 제조업 일반의 사용 후 부품 사례·문헌 검토, 공급망 분석 재제조 공정 모델과 폐쇄형 공급망 관계의 중요성 제시 형식시험 기반의 성능 입증 구조 미고려
국내 재제조 산업·정책 자동차 부품 중심의 국내 재제조 산업 산업 현황·정책 분석 시장 규모와 제도 개선 방향 제시 전력설비 미포함
전력설비 재제조·자산관리 전력설비 일반 개념·영향 요인 논의 재제조를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 판정 기준·의사결정 절차·제도 연계 부재
설비별 기술표준·지침 변압기, 개폐장치 등 기술요건 규정 평가·재생·개조의 기술 기준 제공 국내 제도 연계, 품목 선정 및 도입 순서 부재

본 연구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고려하여 연구 대상을 배전급 전력설비로 한정하였다. 첫째, 일부 배전급 설비는 동일·유사 정격의 설비가 반복적으로 설치되는 특성이 있어, 송전급 설비에 비해 후보 코어를 일정 규모로 확보하고 실증대상을 구성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는다. 둘째, 개별 설비의 고장이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송전급 설비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므로, 적용 대상과 위치를 한정함으로써 초기 실증에 수반되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 검토한 해외 실행 사례가 배전용 변압기와 개폐장치 등 배전급 설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내외 사례의 비교와 제안한 프레임워크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3. 국내 현황: 자동차 부품 재제조와 전력설비의 비교

국내 재제조 품질 인증기준은 인증기관이 공개한 목록을 기준으로 51종이며, 자동차 36종, 전기·전자 9종, 건설기계 6종으로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자동차 부품 재제조를 국내 비교 준거로 선정하였다. 자동차 부품은 품목별 인증기준과 코어 회수·유통체계가 구축되어 있으며, 재제조품의 반복적인 공급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국내 사례이기 때문이다.

3.1 기술 측면

자동차 부품 재제조는 동일 형식 또는 호환 규격의 사용 후 부품을 회수한 후 복원하고, 벤치시험을 통해 출하 적합성을 검증하여 교환부품으로 다시 공급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에 따라 부품 단위의 성능시험이 사용 적합성을 판단하는 주된 근거가 된다. 전력설비에도 반복 가능한 부품이 존재하지만,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구별된다.

첫째, 열화 상태의 확인에 한계가 있다. 전력설비의 열화는 열적, 기계적, 화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진행되므로 외부 관찰만으로는 열화 상태를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제품의 성능과 설치 적합성을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전력설비의 사용 적합성은 개별 제품의 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설치되는 계통의 조건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공장시험을 통과한 차단기라도 설치 지점의 예상 고장전류가 정격차단전류를 초과하면 해당 위치에는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전력설비에서는 제품 자체의 성능 확인과 실제 계통에서의 설치 적합성 확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성능이 입증되는 단위이다. 전력설비의 성능은 개별 부품이 아니라 설계 단위로 확립된다. 차단기와 개폐장치는 해당 설계를 대표하는 시험품에 대해 투입·차단, 뇌 임펄스 내전압, 온도상승 등의 형식시험(type test)을 수행하여 해당 설계의 성능을 검증한다. 이후 동일한 설계로 생산되는 개별 제품에는 상용주파 내전압 시험, 주회로 저항 측정, 동작 시험과 같은 비파괴 일상시험(routine test)만을 적용한다. 즉 형식시험 성적서는 개별 제품이 아니라 형식시험을 통해 규격 적합성이 확인된 설계(이하 ‘검증설계’)에 적용되며, 동일한 검증설계에 따라 제작된 제품은 그 성적서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러한 시험구조는 재사용·재제조 적합성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정격, 절연 시스템, 차단·개폐부 또는 보호기능 등 형식시험 성립조건과 관련된 설계요소에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해당 변경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기존 형식시험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자기계식 트립장치를 전자식 트립유닛으로 교체하면 보호특성이 달라지고, 차단부를 다른 사양으로 교체하면 단락차단 성능을 다시 입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외관상 원제조사의 명판과 인증 표시가 유지될 경우 변경 내용과 품질 책임의 주체가 충분히 식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이 재사용·재제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세척, 마모 부품의 교체, 재도장과 같이 형식시험으로 검증된 주요 설계 요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업은 검증설계를 변경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형식시험보다 일상시험을 중심으로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다. 따라서 적합성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재사용·재제조 공정을 수행하였는가가 아니라, 수행된 작업이 기존에 검증된 설계의 범위를 초과하였는가이다. 결국 어떠한 변경까지를 검증설계의 범위로 인정하고 어느 수준부터 추가적인 형식시험이나 설계 검증을 요구할 것인가가 적합성 판정의 핵심이 된다.

3.2 시장 측면

자동차 부품 재제조 시장은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사용 후 부품이 중고 부품 유통망을 통해 코어로 반복 회수되고, 품목별 품질 인증이 재제조품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전력설비 시장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첫째, 수요가 소수 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배전설비의 주요 수요는 전력 공기업과 일부 대형 산업체로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은 가격보다 공급 신뢰도와 고장 위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철거 설비를 재사용·재제조용 코어로 회수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교체·철거된 전력설비는 재사용·재제조 가능성을 평가받기보다 폐기 또는 매각 대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후보 코어로 등록, 선별, 비축하는 체계도 공개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사업자가 일정한 품질과 수량의 코어를 지속적으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형성하기 어렵다. 셋째, 일정 규모의 처리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력설비는 사용기간이 길고 제작 시기와 설계세대, 정격이 다양하므로 호환 가능한 모델의 코어가 일정 시점에 대량으로 회수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 형성 초기에는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시장보다, 특정 수요기관이 보유한 동일·유사 모델을 묶어 처리하는 폐쇄형 로트 방식이 적합하다[15]. 이러한 시장 구조의 차이를 고려하면 국내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재사용·재제조 제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철거 설비의 등록과 상태 평가, 후보 코어의 선별·비축, 일정 물량의 확보 및 재사용·재제조 제품의 재조달이 연계되는 순환형 공급체계를 우선 구축할 필요가 있다.

3.3 제도 측면

3.3.1 재제조 인증제도

국내 재제조 제도는 2021년 법률 개정과 2022년 4월 시행을 거치며, 특정 품목만을 허용하는 방식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의 재제조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3], [6].

재제조제품 품질 인증(이하 ‘REMAN 인증’)은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자율 인증제도이다. REMAN 인증은 시장 출시를 위해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인증이 아니라, 신청에 따라 품목별 인증 기준에 근거한 제품시험과 공장심사를 통해 적합성을 확인하는 인증 제도이다[4], [5]. 그러나 현재 재제조 품질 인증 기준에는 변압기, 차단기, 개폐장치 등 전력설비에 대한 전용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 설비의 재제조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허용되더라도, REMAN 인증을 통해 재제조품의 품질을 입증할 수 있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재제조 행위에 대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되었지만, 인증 대상은 국가기술표준원이 품목별 기준을 고시한 제품으로 한정되어 있어 인증체계는 사실상 포지티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적 병목은 재제조 행위의 금지가 아니라, 주요 전력설비에 적용할 품목별 인증 기준과 공적 품질 입증 경로가 부재한 데 있다.

3.3.2 전기안전 검사제도와의 관계

전기안전 검사제도 역시 기존 설비의 재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전검사는 설치된 설비가 기술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철거 설비의 운전·고장 이력, 교체부품, 재사용·재제조 공정을 인증하는 제도는 아니다. 반대로 재사용·재제조 품질 인증을 획득하더라도 설치 계통의 보호협조와 단락용량, 접지 조건 및 설치 상태까지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재제조 품질 인증은 제품 성능과 공정 관리 체계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반면, 사용전검사는 설치된 설비의 기술기준 적합성을 확인한다. 따라서 두 제도는 서로 다른 단계의 적합성 근거를 제공하며, 재사용·재제조 전력설비를 실제 계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검증 결과를 연계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3.3.3 조달·품질보증의 연결 공백

국내 전력회사는 기자재 공급자 등록, 제조능력 평가 및 품질보증 체계를 운영한다[16]. 그러나 공개된 규정체계에서는 철거 설비의 일련번호와 재제조 후 부여되는 식별번호를 연계하고, 운전 이력, 상태 평가 결과, 공정 기록 등을 공급자 평가와 사용전검사로 연결하는 전용 경로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재사용·재제조 전력설비는 법률상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실제 전력망에 적용하기 위해 어떠한 조달규격을 적용할 것인지, 재사용·재제조 사업자에게 어떠한 공급자 자격과 시험 요건을 요구할 것인지, 원제조자와 재사용·재제조 사업자 간의 책임과 보증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자산등록을 어떠한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설비를 기존 조달체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의 적용기준과 참여 주체의 역할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분석은 국내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의 제약이 기술·시장·제도 중 어느 한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상호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제품 성능과 설치 적합성의 분리, 코어 회수·집적 경로의 부족, 품목별 인증기준과 조달 연계절차의 미비가 맞물리면서 재사용·재제조품의 실증과 수요 형성을 제약한다.

4. 해외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관련 제도 및 사례

해외 사례는 다음의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일본, 미국 및 유럽의 사례를 확인하여 정리하였다. 첫째, 배전급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 또는 이와 관련된 재생·개조 활동이 공식 문서나 제도를 통해 확인되는 사례를 대상으로 하였다. 둘째, 규제기관 제출자료, 표준 문서 및 입찰 문서 등 사실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된 사례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세 지역의 사례는 서로 다른 제도적·시장적 특성을 갖는다. 일본은 전력회사가 철거 설비를 회수·선별한 후 자사 계통에 재투입하는 폐쇄형 운영방식을 중심으로 한다. 미국은 다수의 유틸리티와 산업 수요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시장에서 일반 공정표준과 설비별 기술표준, 전기코드, 제3자 인정 및 조달규격이 결합된 구조를 보인다. 유럽은 OEM 중심의 공급 구조와 EU 단일시장 규제가 결합된 규제 기반 모델이다. 세 모델은 각각 운영, 표준·시장, 법규 측면의 참조점을 제공하므로 국내 제도 설계에 필요한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4.1 일본: 폐쇄형 회수·재투입 체계

TEPCO Power Grid는 철거한 배전설비의 재사용 가능성을 설비별로 평가하고, 열화 정도에 따라 적합 여부를 판정한 후 필요한 수리를 거쳐 주상변압기와 금구류 등을 현장에 재투입하고 있다[17].

주고쿠전력네트워크는 2023년 7월 배전기자재 리유스센터를 설치하고, 철거 설비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고압애자, 주상변압기 및 주상개폐기를 선별하였다. 선별된 설비는 세척, 녹 제거, 재도장 등의 간이수리를 거쳐 자사 계통에 재투입된다. 리유스센터는 철거품의 반입부터 선별, 수리 및 재투입까지를 자사 관리 체계에서 수행하므로, 개체의 관리와 품질 책임이 전력회사 내부에 귀속되는 구조이다. 2025년 규제기관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품목별 철거품 가운데 간이수리를 적용할 수 있는 비율은 고압애자 약 25%, 주상변압기 약 6%, 주상개폐기 약 10%로 보고되었다[18]. 이 사례는 재사용 체계의 구축에 상당한 준비 기간과 품질검증 절차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현장조사와 사업성 검토에 약 1년, 수리방법의 확립과 성능·품질 평가시험에 약 2년, 리유스센터와 관련 설비의 구축에 약 1년이 소요되어, 검토 착수부터 실제 운영까지 약 4년이 걸렸다. 또한 냉열시험과 고주파전압시험(JIS C 3801)을 실시하여 간이수리품이 해당 시험항목에서 신품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는지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시행 첫해인 2023년의 비용절감액은 초기 계획에 미치지 못하였다. 주요 원인으로는 시공 협력사에 대한 제도 안내와 참여 유도가 충분하지 않아 철거품 반입량이 부족했던 점이 제시되었다. 부싱 교체 사업 역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어 시행되지 않았다. 이후 각 사업소를 순회하며 제도의 목적과 반입절차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결과, 철거품 반입량이 증가하였으며 비용 절감 효과도 개선되었다.

이는 재사용 사업이 수리방법과 성능검증 절차의 확립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회수된 철거품 중 재사용에 적합한 설비의 비율인 코어 적격률과 경제적인 처리가 가능한 규모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함을 보여준다. 또한 철거 설비의 회수, 상태 선별, 수리·검증 및 계통 재투입을 하나의 관리체계로 연계하는 폐쇄형 운영방식이 초기 재사용 체계 구축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2 미국: 적합성 검증, 품목별 구획 및 시장진입 체계

미국은 재사용·재제조를 단일 인증제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공정 및 설비별 기술 표준, 재생(reconditioning) 가능 품목과 표시요건을 규정하는 전기코드, 그리고 사업자 인정 및 조달규격 등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보완적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구조에서 적합성 검증은 공정 전반의 관리요건과 설비별 기술요건을 병행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반 공정표준인 ANSI/RIC001.2-2021은 재제조 공정 전반에 대한 관리요건을 제시하며, IEEE Std C37.59-2018과 IEEE Std C57.140-2017은 각각 개폐장치의 개조(conversion)와 유입변압기의 평가·재생에 관한 설비별 기술요건을 제시한다[14], [19], [20]. IEEE Std C37.59-2018은 적용 대상을 개조로 한정하고 사양 변경이 없는 정비·재생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 이는 모든 정비·재생 행위에 동일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된 작업의 성격과 설계 변경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기술요건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검토한 미국 표준은 일반 공정표준이 재제조 공정의 공통 관리 요건을 제시하고, 설비별 표준이 개별 설비의 평가·재생·개조 및 시험 요건을 규정하는 구조로 정리할 수 있다.

산업계의 제3자 표준과 사업자 인정제도는 이러한 구조를 보완한다. ANSI/PEARL Electrical Equipment Reconditioning Standard는 주요 전기설비의 재생 작업과 시험절차를 규정하며, PEARL은 사업자 인정 및 표시체계를 통해 재생 작업을 수행한 주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한다[21].

또한, 품목별 허용 기준과 표시 제도를 통해 재생설비의 관리 범위를 구분하고 있다. 국가전기코드(National Electrical Code, NEC)는 재생설비에 재생 사업자를 식별할 수 있는 명칭 또는 상표와 재생일자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품목별 재생 허용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22]. 또한 기존 제품의 리스팅 마크(listing mark)를 제거하도록 요구하여, 재생설비의 적합성이 원 제품의 인증 이력만으로 판단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다만 NEC는 전기사업자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설비를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개별 품목의 허용 여부보다는 설비의 안전 영향과 성능 검증 가능성에 기반한 적용 대상 구분 방식에 주목하였다.

한편, 원제조자(OEM) 기반의 재제조 프로그램은 설비별 이력 관리와 품질 책임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aton의 Magnum DS 기중차단기 재제조 프로그램은 각 차단기에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여 개체별 재제조 이력을 관리하며, 대상 설비는 공장 입고검사 이후 분해·점검 과정을 거친다[23]. 운전기구 및 인출장치는 신품으로 교체되고, 주접점은 세척 및 정렬 과정을 수행하며, 필요 시 트립유닛 업그레이드가 적용된다. 또한 시험 결과와 재제조 이력은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개별 설비의 추적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OEM 기반 재제조 방식은 원 설계정보와 변경 이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독립 수리사업자 대비 정보비대칭이 낮으며, 교체부품의 적합성과 시험 결과에 대한 책임주체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제조 설비의 시장 적용은 선택형 조달 체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Tacoma Power의 2022년 배전용 변압기 입찰 사례에서는 재생품을 기존 전력회사 조달체계 내에 포함하기 위해 신품군과 구분된 선택형 재생품군(optional refurbished group)을 운영하였다[24]. 해당 사례에서는 재생품에 별도의 완화된 품질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IEEE C57.12.00 및 IEEE C57.12.90에 따른 일상시험과 효율 기준을 신품군과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즉, 재생품 구매를 의무화하지 않고 선택 가능한 조달 항목으로 운영하면서도, 최소 성능 기준과 시험·검수 및 데이터 보고 요건을 발주 규격에 명확히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재사용·재제조 관리체계는 단일 인증제도를 통해 적합성을 판단하기보다, 공정 관리, 설비별 기술 검증, 품목별 적용 기준, 표시 및 이력 추적, 그리고 조달 요구사항이 단계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 재사용·재제조 활성화를 위해 단순히 재제조 허용 여부를 규정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품목별 적용 가능성, 요구 시험 수준, 사업자 역량, 개체별 이력 관리 및 조달 기준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평가 체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4.3 유럽: 신품 동등 보증, 설계 변경 범위 및 책임 귀속

유럽의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체계는 OEM의 신품 동등 수준의 품질 보증, 주요 설계 변경에 대한 적합성 재평가, 그리고 실질적 개조자에 대한 제조자 책임 귀속으로 구성된다.

Schneider Electric은 회수한 MasterPact MTZ 기중차단기를 분해·진단하고 부품을 교체한 후 재판매하는 Circular Certified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당 제품은 신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 및 보증 조건을 제공하고 있으며, 제품 1대당 탄소배출량과 1차 자원 사용량이 각각 29%, 40% 감소한다고 제시한다[25].

유럽연합은 모든 수리·교체에 신품과 동일한 적합성 평가를 요구하지 않고, 설계와 효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경의 범위를 별도로 설정한다. Commission Regulation (EU) 2019/1783 제1조 제3항은 중·대형 변압기에서 철심 또는 그 일부와 하나 이상의 전체 권선을 동시에 교체하는 경우를 중대한 변경으로 간주하고, 최초 시장출시 시점과 관계없이 적합성을 다시 평가하여 재출시 시점의 효율요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한다[26]. 이는 수행된 작업이 기존 설계와 성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요구되는 검증 수준을 달리하는 사례이다.

2024년 발효된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 Regulation (EU) 2024/1781)은 제품의 재료, 수리 및 순환이용 정보를 연계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 체계를 도입하였다[27]. 2024년 채택된 신 제조물책임지침(Directive (EU) 2024/2853) 제8조 제2항은 제조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제품을 실질적으로 개조한 후 다시 시장에 출시하거나 서비스에 투입한 자를 해당 제품의 제조자로 간주한다[28]. 이는 재제조 사업자를 면책하는 방식이 아니라, 변경 수준에 따라 책임의 귀속 주체와 발생 경계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유럽 사례는 재사용·재제조 관련 전력설비에 일률적인 요건을 적용하기보다, 제품에 수행된 작업의 범위와 설계·성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적합성 평가와 책임요건을 구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OEM의 품질·보증, 제품 이력의 추적 및 변경 주체의 책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재사용·재제조품의 시장 재진입을 위한 주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 활성화 저해요인 및 적합성 입증 경로

5.1 국내 현황과 해외 사례 비교를 통한 활성화 저해요인 도출

앞서 분석한 국내 현황과 해외 사례를 여덟 가지 항목으로 비교·분석하여 표 3에 나타내었다. 비교 결과, 해외 사례에서는 운영 주체와 적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나 재사용·재제조 관련 설비를 회수·관리하고 적합성을 검증하여 다시 계통이나 시장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가 확인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하는 운영·시장 기반과 적합성 입증체계가 충분히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측면에서는 두 가지 공백이 확인된다. 첫째, 주요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 적합성을 평가하고 품질을 입증하기 위한 품목별 품질 입증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둘째, 품질 인증, 제품 시험, 사용전검사 및 조달·품질보증 등 각 단계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개별 설비의 식별 정보와 이력을 중심으로 연계하는 제도 간 연결 체계가 미비하다.

시장·운영 측면에서는 철거 설비를 후보 코어로 등록·선별하고 일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코어 적격률과 예상 처리물량을 파악하고 실증 규모와 사업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개체 이력과 공정정보가 연속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책임 범위와 보증 조건을 설정하기 어렵고, 품목별 성능기준과 조달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재사용·재제조품의 조달과 실증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 이는 다시 코어 회수와 데이터 축적을 어렵게 하여 품목별 기준의 구체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의 구조적 제약은 품목별 품질 입증 경로와 제도 간 연결의 공백에 코어 회수·선별 기반의 미비가 더해지고, 책임·보증 및 조달상의 불확실성이 상호 연계되는 구조로 정리할 수 있다.

표 3 국내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현황과 해외 전력설비 사례 비교

Table 3 Comparison of the Current Status of Power Equipment Reuse and Remanufacturing in Korea with Overseas Cases

비교 기준 국내 (현황) 일본 미국 유럽
운영 주체·방식 전용 운영체계 미확인 전력회사 내부 운영 표준기관·제3자·OEM·유틸리티의 기능별 참여 OEM 프로그램 중심 운영
시장 구조 수요기관 중심, 반복적인 거래 시장 미형성 자사 수요 중심의 폐쇄형 구조 재생품 거래가 가능한 개방형 시장 구조 OEM 중심의 공급·재판매 구조
대상 설비 반복·표준화된 조달 대상 미확인 주상변압기, 고압애자, 주상개폐기 배전용 변압기, 개폐장치, 기중차단기 기중차단기, 중·대형 변압기
코어 회수·선별 철거품의 등록·선별·비축 전용 체계 미확인 리유스센터에서 반입·선별 코어 취득·검사·처리 OEM 프로그램을 통한 제품 회수·진단
공정 관리·이력 추적 개체 이력과 공정 기록 연계 절차 미확인 반입-선별-수리-재투입을 자사 관리체계에서 수행 문서화된 공정 관리와 사업자 인정, 개체 식별번호와 중앙 데이터베이스 OEM 공정 관리, 디지털 제품 여권
제품 검증 주요 전력설비의 품목별 REMAN 기준 미비 신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목별 성능·품질 시험 설비별 표준 및 신품과 동일한 시험 중대한 변경 시 적합성 재평가
표시·책임·보증 식별 연계와 책임·보증 기준 미정립 자사 관리체계 내 품질관리 재생 사업자·시점 표시, 원 리스팅 제거 신품 동등 보증, 실질적 개조자에 제조자 책임
조달·계통 적용 조달 진입 경로 부재 자사 계통 재투입 선택형 재생품군 입찰 OEM을 통한 시장 재출시

5.2 적합성 입증 경로 도출

표 3에서 확인된 적합성 확보 요소를 철거 설비의 선별부터 실제 계통·시장 적용에 이르는 절차에 따라 재구성하여 다음의 5단계 입증 경로로 정리하였다.

첫째, 코어 회수·선별 단계에서는 철거 설비를 회수하고 상태와 이력을 확인하여 재사용·재제조 후보 코어의 적격성을 선별한다. 이 과정에서는 운전·고장 이력, 현재 상태 및 설계 정보 등을 활용하여 후속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코어를 구분한다[14], [17], [18]. 둘째, 공정 관리·이력 추적 단계에서는 문서화된 작업 절차에 따라 공정을 관리하고, 원 설비의 식별 정보와 공정 기록을 연계하여 작업 전후의 이력을 추적한다[14], [21], [23]. 셋째, 제품 검증 단계에서는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설계 범위를 판정하고, 판정 결과에 따라 필요한 시험 및 검증 범위를 결정한다[19], [20], [26]. 설계 범위 내에서는 해당 품목의 일상시험을 중심으로 검증하고, 설계 범위 인접에서는 일상시험에 변경 부위 확인시험을 추가하며, 설계 범위 초과에서는 관련 형식시험 또는 적합성 재평가를 적용한다. 구체적인 시험 항목은 해당 품목의 제품 표준에서 도출한다. 넷째, 표시·책임·보증 단계에서는 제품의 표시와 보증 조건을 통해 작업 주체와 시점, 주요 변경 내용 및 품질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한다[22], [25], [28]. 다섯째, 조달·계통 적용 단계에서는 적합성이 확인된 설비를 내부 재투입, 선택형 조달 또는 OEM을 통한 재판매 등의 경로를 통해 실제 계통이나 시장에 다시 적용한다[18], [24], [25].

앞서 제시한 5단계는 일본·미국·유럽이 동일한 절차를 운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 사례에서 확인된 적합성 확보 요소를 적용 과정의 순서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재구성된 입증 경로를 바탕으로, 재사용·재제조 전력설비의 적합성은 단일 인증이나 개별 시험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코어의 회수·선별부터 공정 관리, 제품 검증, 책임·보증 및 조달·계통 적용에 이르는 각 단계의 근거를 개체별 이력을 중심으로 연계·관리할 필요가 있다.

6.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활성화를 위한 다층 적합성 프레임워크

6.1 프레임워크의 설계 원칙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 활성화를 위한 프레임워크 설계에 있어 다음의 다섯 가지 설계 원칙을 설정한다. 첫 번째 원칙은 증거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적합성 판단은 개별 시험성적서가 아니라 코어 이력, 공정 기록, 제품 검증 및 설치 적합성 정보를 동일 개체의 식별 정보를 기준으로 연계하여 수행한다. 설치 이후의 운전 성과와 고장·점검 정보는 사후 검증과 판단 기준의 개선에 환류한다.

두 번째 원칙은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검증 수준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모든 재사용·재제조 활동에 동일한 검증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요구되는 시험과 증거 수준은 해당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와 이루는 관계, 즉 설계 범위 내·인접·초과의 세 범주에 따라 차등화한다. 이는 변경 수준에 따라 표준의 적용 여부와 적합성 재평가 여부를 구분하는 해외 사례의 판단방식을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에 맞게 확장한 것이다. 설계 범위 판정은 적합성 확인을 위한 시험 계획 수립에 앞서 수행하며, 판정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검증 항목과 수준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설계 범위별로 필요한 검증을 누락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중복시험을 최소화한다.

세 번째 원칙은 품목별 적용 범위를 사전에 구분하는 것이다. 모든 전력설비에 동일한 재사용·재제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안전·계통 영향과 복원 후 성능의 검증 가능성을 기본적인 적격성 판단 기준으로 하며 코어 확보 가능성과 국내외 실증 근거를 함께 고려한다.

네 번째 원칙은 제품 적합성과 설치 적합성을 구분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제품 수준에서 요구되는 시험과 검증을 충족하더라도 해당 설비가 모든 설치 위치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품의 성능과 적합성을 확인하고, 실제 설치 위치의 정격, 단락용량, 보호협조, 접지 조건 및 부하 조건 등에 대한 적합성을 별도로 확인한다.

다섯 번째 원칙은 책임 귀속과 보증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활동 유형과 설계 범위 판정 결과에 따라 원제조자, 재사용·재제조 사업자, 부품공급자, 설치자 및 운영자의 책임 범위와 보증 조건을 계약 이전에 명확히 설정한다. 특히 기존 검증설계의 범위를 초과하는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변경을 수행한 주체의 책임 범위와 보증 조건을 별도로 검토한다.

6.2 프레임워크의 구조

제안하는 프레임워크는 적합성 입증이 이루어지는 네 개의 증거 계층과 각 계층을 연계·지원하는 세 개의 공통 요소로 구성되며, 이를 그림 1에 나타내었다. 이러한 구조는 표 3과 5.2절에서 도출한 5단계 적합성 입증 경로를 기반으로 한다. 코어 회수·선별, 공정 관리, 제품 검증 및 계통 적용의 기능을 각각 L1~L4에 배치하고, 단계 간 이력 연계, 책임·보증 및 조달 진입을 X1~X3의 공통 요소로 지원하도록 구성하였다. L1 코어 계층은 철거 설비의 등록, 이력 확보, 상태 평가 및 적격성 선별을 담당한다. L2 공정 계층은 활동 유형에 따른 작업 절차의 관리와 작업기록 및 사업자의 역량 확인을 담당한다. L3 제품 계층은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설계 범위를 판정하고, 판정 결과에 따라 검증계획을 수립하여 제품 표준에 따른 시험 및 적합성 검증을 수행한다. L4 계통 계층은 설치 적합성의 확인, 초기 운용 및 운전 성과의 환류를 포함한다. 세 개의 공통 요소는 네 증거 계층을 연계·지원한다. X1 자산 여권(Asset passport)은 원 설비의 일련번호와 재사용·재제조 후 부여되는 식별번호를 연결하여, L1~L4에서 생성된 이력과 증거를 개체 단위로 통합하는 데이터 기반이다. X2 책임·보증 체계는 활동 유형과 설계 범위 판정 결과에 따라 책임 주체, 보증 범위 및 고장 발생 시 비용 부담 기준을 규정한다. X3 조달 진입·평가 체계는 재사용·재제조품이 조달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구매 가격뿐 아니라 총소유비용, 리드타임 및 공급위험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구조이다.

그림 1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를 위한 다층 적합성 프레임워크

Fig. 1 Multi-layer conformity framework for the reuse and remanufacturing of distribution-level power equipment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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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계층별 구성요소

5.1절에서 도출한 활성화 저해요인과 이에 대응하는 프레임워크의 구성요소 및 담당 주체를 표 4에 나타내었다.

표 4 활성화 저해요인별 프레임워크 대응요소 및 관련 주체

Table 4 Framework Components and Relevant Stakeholders Corresponding to Barriers to Adoption

활성화 저해요인 대응 계층·요소 조치 관련 주체 (예시)
품목별 품질 입증 경로 미비 L3 품목별 품질 입증 기준 및 설계 범위 판정지침 마련 표준 제정 기관, 인증 기관, 시험 기관
제도·입증 단계 간 연계 미비 L1-L4, X1 자산 여권 도입, 사용전검사와 코어·시험 이력 연계 절차 마련 표준 제정 기관, 인증 기관, 시험 기관, 전기안전검사기관, 발주기관
코어 회수·선별 기반 미비 L1 철거 설비 등록 체계 구축, 배제기준 마련, 상태 평가 등급 마련, 선별·비축 체계 구축 발주기관
책임·보증 기준의 불명확성 X2 활동 유형과 설계 범위 판정 결과에 따른 책임주체와 보증 범위의 사전 규정 원제조사, 재사용·재제조 사업자, 발주기관

6.3.1 L1 코어 계층: 철거 설비의 등록과 선별

L1 코어 계층은 철거 설비가 재사용·재제조 경로에 진입하기 전에 개체 이력과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적격 코어를 선별하는 단계이다. 이를 위해 철거 설비의 등록, 품목별 배제기준 적용, 상태 평가 및 적격 코어의 선별·비축 절차를 수행한다. 철거 설비는 폐기 또는 매각에 앞서 일련번호, 제작사, 제작연도, 정격 등의 기본정보와 운전·고장 이력, 최근 진단결과 및 유해물질 관련 정보를 등록하여 개체별 이력을 확보한다. 이후 설비별 고장모드와 안전 영향을 고려하여 재사용·재제조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는 조건을 품목별 배제기준으로 설정한다. 배제기준에는 내부 아크 및 침수 이력, 허용 차단 횟수 초과, 유해물질 함유 여부, 주요 부품의 조달 불가능성, 구형 설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구형 설계란 단순히 경과연수만으로 판단하는 개념이 아니라, 현행 안전·계통 적용요건의 충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필수 설계정보 또는 적합 부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설계를 의미한다.

배제기준을 통과한 설비는 주요 열화모드와 진단항목을 기반으로 현재 상태와 잔존성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사용·재제조 가능 여부와 적합한 처리경로를 결정한다. 실제 계통에 대한 적용 가능 여부는 L2 공정 관리, L3 제품 적합성 및 L4 설치 적합성의 결과를 종합하여 결정한다.

적격 판정을 받은 코어는 모델과 정격별로 분류하고, 경제적인 처리 물량이 확보될 때까지 개체별 식별정보와 상태정보가 유지되도록 보관·관리한다. L1 코어 계층의 주요 산출물은 개체별 코어 등록정보, 적격성 판정 결과, 상태등급, 적격 코어 목록 및 코어 적격률이며, 이러한 정보는 이후 공정 관리와 제품 적합성 검증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6.3.2 L2 공정 계층: 공정표준과 사업자 역량 평가

L2 공정 계층은 재사용·재제조 과정이 작업자의 개별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문서화된 절차에 따라 일관되게 수행되도록 관리하는 단계이다. 요구되는 관리 수준은 활동 유형에 따라 차등화한다. 재사용은 작업절차와 작업기록의 확인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재제조는 분해·복원·재조립을 포함한 전체 공정의 관리와 사업자 역량을 평가한다.

공정 관리를 위해서는 코어의 인수 및 확인부터 분해, 세척, 부품의 복원·교체, 재조립 및 최종검사에 이르는 작업절차를 문서화하고, 교체 부품의 사양과 주요 작업이력을 개체별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정과 시험에 사용되는 계측기의 교정 상태와 검사기록을 관리함으로써 작업 결과의 추적성과 재현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공정기록은 각 개체에 수행된 작업내용과 사용 부품을 확인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며, 이후 L3 제품 계층에서 설계 범위를 판정하고 제품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초정보로 연계된다.

재제조 사업자에 대해서는 대상 설비의 작업과 시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설비, 기술인력, 품질관리체계 및 시험역량의 보유 여부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재제조 공정과 시험이 사전에 정해진 절차 및 품질요건에 따라 수행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향후 제도화 단계에서는 이러한 사업자 역량 평가 결과를 사업자 인정제도 또는 발주기관의 공급자 자격 심사와 연계함으로써 재사용·재제조품의 공정 품질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3.3 L3 제품 계층: 설계 범위 판정과 품목별 입증경로

L3 제품 계층은 재사용·재제조 과정에서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품 검증 수준을 결정하는 단계이다. 전력설비의 형식시험은 특정 설계 구성에 대한 성능을 입증하는 것이므로, 재사용·재제조 과정에서 수행된 작업이 형식시험의 성립조건과 관련된 설계요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상 품목의 정격, 절연 시스템, 차단·개폐부, 보호기능 등 주요 설계요소를 원 검증설계와 비교하고, 변경 여부와 동등성을 바탕으로 기존 형식시험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판단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설계 범위 내, 설계 범위 인접 및 설계 범위 초과의 세 범주로 구분하고, 이를 후속 제품 검증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한다.

설계 범위 판정은 대상 품목의 제품 표준에 규정된 형식시험 항목과 시험 성립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설계요소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수행되었거나 계획된 작업을 설계요소별로 정리하고 원 검증설계와 비교하여 주요 부품의 사양 변경 여부와 동등성을 검토한다. 형식시험 성립조건과 관련된 주요 설계요소가 유지되어 기존 검증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설계 범위 내로 판정한다. 주요 설계요소의 동등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변경 부위에 대한 제한적인 검증을 통해 기존 검증설계와의 연속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설계 범위 인접으로 구분한다. 반면 형식시험의 성립조건이 변경되어 기존 형식시험 결과만으로 적합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설계 범위 초과로 판정한다. 복수의 설계요소가 변경된 경우에는 가장 높은 검증 수준이 요구되는 요소를 기준으로 범주를 결정하며, 관련 자료가 부족하여 기존 검증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가 자료를 확보하여 재평가하거나 보수적으로 상위 범주를 적용한다.

설계 범위 판정 결과는 요구되는 시험 수준과 시험 항목을 결정하는 검증계획의 수립에 활용한다. 설계 범위 내에서는 해당 품목의 일상시험을 중심으로 적합성을 확인하고, 설계 범위 인접에서는 일상시험과 함께 변경 부위의 동등성과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추가한다. 설계 범위 초과의 경우에는 관련 형식시험의 재실시 또는 적합성 재평가를 통해 변경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한다. 구체적인 시험 항목은 해당 품목의 제품 표준에 규정된 형식시험 및 일상시험 체계에서 도출하며, 재사용·재제조 설비라는 이유로 별도의 완화된 성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수립된 검증계획에 따라 시험을 수행한 후 결과를 평가하며, 설계 범위 인접으로 판정된 설비에서 주요 설계요소의 동등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거나 시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영향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설계 범위 판정과 검증계획을 재검토한다. 설계 범위의 판정 근거, 검증계획 및 시험결과는 자산 여권에 기록하여 개체별 이력과 연계한다. 표 5는 이러한 설계 범위 판정 및 차등 검증 절차를 배전용 유입변압기에 적용한 예시이며, 시험 항목은 해당 변압기 제품 표준의 형식 및 일상시험 체계를 기준으로 구성하였다.

표 5 배전용 변압기의 설계 범위 판정 적용 예시

Table 5 Example of Qualified Design Boundary Assessment for a Distribution Transformer

작업 변경 유형 범주 주요 확인자료 요구 시험
개스킷 등 소모성 부품의 동일사양 교체 변경 없음, 동일사양 소모품 교체 범위 내 작업기록, 부품사양서 일상시험 (권선저항, 변압비 등)
절연유 재생, 동일 규격 유종 교체 동일사양 교체 범위 내 절연유 시험성적서 일상시험 및 절연유 특성시험
부싱의 부품 교체 동등사양 주요 부품 교체 인접 부싱 시험 성적서, 원 설계 부품 목록 일상시험 및 변경 영향 확인시험 (뇌 임펄스 시험 등)
권선의 부분 보수 동등사양 주요 부품 복원 인접 설계도면, 공정 기록 일상시험 및 변경 영향 확인시험 (뇌 임펄스 시험 등)
권선 재권선과 철심 교체 설계 변경 초과 설계서, 공정 기록 형식시험 및 적합성 재평가
정격(용량·전압) 변경 설계 변경 초과 명판, 형식시험 성적서

활동 유형과 설계 범위 판정은 서로 다른 목적의 판단 기준으로 적용한다. 활동 유형은 L2에서 요구되는 공정 관리 수준을 결정하는 데 활용하는 반면, 설계 범위 판정 결과는 기존 검증 결과의 적용 가능성과 L3에서 요구되는 제품 검증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또한 설계 범위에 따라 기존 인증 근거의 적용 가능성과 식별·표시, 책임·보증 측면에서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을 구분한다. 설계 범위별 검증 및 관리 기준을 표 6에 나타내었다.

표 6 설계 범위에 따른 차등 검증 및 관리 기준

Table 6 Graduated Verification and Management Criteria by Qualified Design Boundary

구분 설계 범위 내 설계 범위 인접 설계 범위 초과
판단 기준 검증설계 성립 조건 유지 설계요소의 동등성 추가 확인 필요 검증설계 성립 조건 변경
요구 검증 품목별 일상시험 일상시험 및 변경 부위 확인시험 관련 형식시험 재실시 또는 적합성 재평가
기존 형식시험 결과 적용 가능 적용 가능성 검토 후 인정 기존 형식시험 성적서만으로 입증 불가
식별·표시 원 일련번호 유지, 작업이력 연계 원 일련번호 유지, 변경이력과 작업주체 표시 신규 식별번호 부여와 수행한 활동 유형 표시, 원 번호와 연계
책임·보증 활동 유형과 계약조건을 고려한 책임·보증 범위 설정 변경 부위와 전체 제품에 대한 책임·보증 범위를 명확히 설정 재검증 결과와 변경 주체를 고려하여 별도 설정

재사용·재제조 설비는 원 설비의 정보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존 식별정보를 연계하여 관리하고, 작업주체, 작업일자, 활동 유형, 주요 작업내용, 설계 범위 판정 결과 및 보증 범위 등의 정보를 추가로 기록한다. 재제조 과정에서 새로운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원 설비의 식별번호와 연계하여 재제조 전후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원 제품의 인증표시와 형식시험 성적서의 적용 여부는 설계 범위 판정 결과와 해당 인증제도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설계 범위 초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존 형식시험 성적서만을 근거로 변경된 제품의 적합성을 판단하지 않고, 별도의 설계검증 또는 적합성 재평가를 통해 적합성을 확인한다. 설계 범위 인접의 경우에도 기존 인증 및 형식시험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후 인증표시의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6.3.4 L4 계통 계층: 설치 적합성과 운전 성과 환류

L4 계통 계층은 L3에서 제품 적합성이 확인된 설비가 실제 설치 위치의 계통 조건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고, 설치 이후의 운전 성과를 이전 단계의 평가 및 판정 기준에 환류하는 단계이다. 제품 수준의 시험을 통과한 설비라도 설치 위치의 계통 조건에 따라 적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적용 지점의 단락용량, 보호협조, 접지조건, 정격 및 부하조건 등을 설비의 성능과 정격에 대조하여 설치 적합성을 별도로 평가한다. 따라서 L3에서의 제품 적합성 확인은 특정 계통에서의 설치 적합성을 직접적으로 대체하지 않는다.

설치 단계에서는 코어 이력, 수행된 활동 유형, 설계 범위 판정 결과 및 제품 시험 결과가 사용전검사 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의 연계가 필요하다. 특히 도입 초기에는 설비의 중요도와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적용 대상과 설치 위치를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 감시항목과 점검주기를 강화하는 조건부 적용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설치 이후에는 고장, 이상징후, 점검 및 진단결과 등 실제 운전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이러한 운전 성과는 L1의 코어 선별 및 배제기준, L2의 공정 관리 기준, L3의 설계 범위 판정 및 제품 검증 기준에 환류하여 프레임워크의 판단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6.3.5 공통 요소

X1 자산 여권은 L1~L4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개체 단위로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체계이다. 원 설비의 일련번호와 재사용·재제조 후 추가 또는 변경된 식별 정보의 연계, 코어 상태 평가 결과, 교체부품 내역, 공정 기록, 시험성적, 설치위치와 계통조건, 운전 성과를 연계하여 재사용·재제조 전후의 이력을 추적한다. 유럽의 디지털 제품 여권은 제품정보를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연결한다는 점에서 개념적 참조사례가 될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기존 자산관리 시스템과의 연계를 우선 검토할 수 있다.

X2 책임·보증 체계는 재사용·재제조의 활동 유형과 설계 범위 판정 결과에 따라 원제조자, 재사용·재제조 사업자, 부품공급자, 설치자 및 운영자의 역할과 보증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는 체계이다. 특히 검증설계의 범위를 초과하는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변경을 수행한 주체의 품질 보증과 계약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실질적 개조자를 제조자로 간주하는 책임 원칙은 이러한 책임 배분의 참조사례가 될 수 있으나, 국내 적용을 위해서는 현행 제조물책임 및 계약 관련 법제와의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

X3 조달 진입·평가 체계는 재사용·재제조품의 구매를 의무화하기보다, 발주기관이 신품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조달 경로와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선택형 조달군은 신품군과 구분하여 운영하되, 해당 품목의 제품 표준과 발주규격을 기준으로 최소 성능, 시험, 추적성 및 데이터보고 요건을 설정한다. 이때 재사용·재제조품이라는 이유로 요구 성능 수준을 임의로 완화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조달 평가는 구매단가만이 아니라 리드타임, 예비품 확보 효과 및 생애주기 비용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다.

6.3.6 적합성 판정 결과의 의사결정 연계

L1부터 L4까지의 평가 결과는 적용 가능, 조건부 적용 가능, 추가 검증 필요, 재제조 경로 전환 및 적용 불가의 다섯 가지 의사결정 결과로 연결한다. 먼저 L1에서는 코어의 이력과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품목별 배제기준을 적용한다. 배제기준을 통과한 개체는 상태 평가를 바탕으로 필요한 작업 범위를 검토하고, 이에 따라 재사용·재제조 등 수행할 활동 유형을 구분한다. 이후 L2에서 활동 유형에 따른 공정 관리와 작업기록을 확인하고, L3에서는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설계 범위를 판정한다. 설계 범위 판정 결과에 따라 요구되는 시험 및 검증항목을 결정하여 검증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계획에 따라 제품 검증을 수행한다. 요구 검증을 충족하고 L4에서 설치 적합성까지 확인된 경우에는 적용 가능으로 판정한다. 제품 적합성은 확보되었으나 설치 위치나 운용조건에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는 조건부 적용 가능으로 판정하고 필요한 적용 조건과 감시·점검 조건을 부여한다. 기존 자료와 시험결과만으로 적합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가 검증 필요로 판정을 보류하고 추가시험이나 확인자료를 확보한 후 재평가한다. 상태 평가 결과 단순 재사용으로 요구 성능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복원·교체 등의 재제조 공정을 통해 성능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제조 경로 전환으로 결정하고 L2~L4의 평가를 다시 수행한다. 반면 코어 배제기준에 해당하거나 요구되는 제품 검증에 실패하고 다른 설치조건에서도 적합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용 불가로 판정하여 재활용·폐기 등 다른 처리경로를 검토한다.

모든 의사결정 결과와 그 근거는 자산 여권(X1)에 기록하며, 이를 이후 코어 선별, 공정 관리 및 제품 검증 기준의 개선에 활용한다. 위 내용을 정리하여 표 7에 나타냈다.

표 7 평가 결과와 의사결정의 연계 규칙

Table 7 Decision rules linking assessment results to dispositions

의사결정 도달 조건 후속 조치
적용 가능 요구되는 제품 검증을 충족하고 설치 적합성이 확인된 경우 계통 재투입 또는 조달·시장 적용, 판정 결과와 적용정보를 자산 여권에 기록, 적용된 책임·보증 조건에 따라 관리
조건부 적용 가능 제품 적합성은 확보되었으나 설치 위치 또는 운용 조건의 제한이 필요한 경우 제한적 적용, 운용 조건 및 운전 결과를 자산 여권에 기록, 필요시 감시 항목·점검주기 강화
추가 검증 필요 현재 확보된 자료와 시험 결과만으로 적합성 판단이 어려운 경우 추가시험·설계자료 등 확보, 지정된 확인시험 수행 후 재판정, 보류 사유와 이력 기록
재제조 경로 전환 현재 상태에서 단순 재사용으로 요구 성능 확보가 어렵지만 재제조를 통한 성능 회복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재제조 공정계획 수립 및 수행, 설계 범위 재판정, 필요시 적합성 재평가 수행, 수행 내용과 평가 결과를 자산 여권에 기록
적용 불가 코어 배제기준에 해당, 적합성 확보 불가 재활용·폐기 경로로 처리, 사유와 근거를 자산 여권에 기록하여 코어 선별 및 검증 기준 개선에 활용

6.4 단계별 이행 로드맵

프레임워크의 모든 구성요소를 초기부터 동시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특히 5.1절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코어와 실증 데이터가 부족하면 품목별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명확한 검증기준과 조달경로가 없으면 다시 코어 회수와 실증이 제한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초기 단계에서 특정 수요기관이 보유한 동일·유사 설비를 회수·선별하고, 통제된 절차에 따라 처리한 후 해당 기관의 계통에 재투입하는 폐쇄형 실증을 우선 적용한다. 이를 통해 코어 관련 정보와 실증 데이터를 축적한 후 검증 기준과 조달 경로를 구체화하고,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이행방안을 제안한다.

각 단계의 전환은 추진 연차가 아니라 전환 조건의 충족을 기준으로 하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해당 단계를 연장하거나 적용 범위를 축소하여 재평가한다. 표 8은 단계별 목표, 전환 조건 및 성과지표를 정리한 것이다. 성과지표는 프레임워크의 산출물과 연결된다. 철거설비 등록률과 코어 적격률은 L1에서, 시험 합격률은 L3에서, 운전 고장률은 L4에서 산출되며, 데이터의 원천은 자산 여권이다.

첫 번째 단계는 기반 구축과 실증자료 축적을 수행하는 단계이다. 초기에는 개입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사용 경로를 중심으로 철거 설비의 등록·상태 평가와 폐쇄형 실증을 수행한다. 대상 품목은 안전·계통 영향과 성능 검증 가능성을 기본적으로 고려하고, 코어 확보 가능성과 국내외 실증 근거를 함께 검토하여 선정한다. 이 단계에서는 코어 적격률, 처리물량과 비용, 상태 평가 결과, 시험결과 및 초기 운전 성과 등 후속 기준 마련에 필요한 실측자료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본 사례에서 재사용 체계의 검토부터 운영까지 상당한 준비기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초기 단계의 목표는 완성된 제도의 구축보다 등록·선별체계의 가동과 실증자료의 축적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

두 번째 단계는 기준을 구체화하고 시범 조달을 추진하는 단계이다. 1단계에서 축적된 코어·상태 평가·운전자료 등을 바탕으로 대상을 재제조 경로까지 확대한다. 우선 품목을 대상으로 설계 범위 판정 기준과 품목별 설계요소·시험요건을 구체화하고, 활동 유형별 공정 관리 및 사업자 역량 평가 기준과 설계 범위별 제품 검증요건을 마련한다. 또한 제품과 공정의 검증정보가 설치단계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사용전검사 및 자산관리 체계와의 정보 연계 방안을 마련하고, 재사용·재제조품을 별도 조달군으로 검토할 수 있는 시범 발주를 실시한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법령·고시·발주규정의 정비 범위는 현행 제도와의 정합성을 별도로 검토하여 결정한다.

세 번째 단계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화를 추진하고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이다. 파일럿과 시범 조달을 통해 축적된 운전 성과 및 고장·점검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어 배제기준, 설계 범위별 검증 수준, 책임·보증 조건 및 조달 평가기준을 보완한다. 또한 품목별 안전·계통 영향, 성능 검증 가능성, 코어 확보 가능성 및 실증 근거를 재검토하여 도입 우선순위와 적격성 판단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한다. 자산 여권에 축적된 개체별 이력정보는 기존 자산관리시스템과 연계하고,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철거 설비의 등록, 이력관리 및 관련 검증정보의 연계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검토한다. 초기 적용 품목에서 충분한 검증·운전자료가 확보된 이후에는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 추가 품목으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복수 운영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회수·선별·처리체계로 확대한다.

표 8 단계별 이행 로드맵의 목표, 전환 조건 및 성과지표

Table 8 Roadmap phases with objectives, transition conditions, and performance indicators

단계 단계 목표 전환 조건 성과지표 (예시)
1단계: 기반 구축과 실증자료 축적 철거 설비 등록·선별 체계의 가동과 폐쇄형 파일럿 수행 코어 등록체계 운영 개시, 파일럿 완료, 품목별 코어 적격률과 처리단가 산출 철거설비 등록률, 파일럿 재투입 대수, 코어 적격률, 재투입 후 고장률
2단계: 기준 구체화와 시범 조달 판정 기준·시험 요건의 구체화와 조달 경로 개설 설계 범위 판정 기준과 품목별 시험 요건 초안 제정, 사용전검사 정보연계 절차 합의 시범 조달 물량과 낙찰 실적, 고장률, 신품 대비 비용·리드타임 효과, 판정자 간 판정 일치율
3단계: 제도화와 적용 확대 제도 반영과 추가 품목·복수 기관으로의 확대 주요 성과지표의 충족과 운전 성과 검증, 법령·고시 정비 범위 확정 적용 품목 수, 조달규격·고시 반영 건수, 공동 처리체계 참여 기관 수

6.5 데이터 확보와 체계 연계의 제약과 대응 방안

제안한 프레임워크는 코어 등록부터 재투입 후 운전 성과까지의 정보를 개체 단위로 연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된 설비는 운전·정비 이력이나 원 설계정보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으며, 품질 인증, 제품 시험, 사용전검사 및 조달·품질보증과 관련된 정보도 서로 다른 주체와 체계에 분산되어 있어 정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자산 여권은 모든 정보를 하나의 신규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한정하지 않고, 원 설비와 재사용·재제조 후 설비의 식별정보를 연결하여 기존 시스템의 정보와 새롭게 생성되는 공정·시험·설치 정보를 개체 단위로 연계하는 구조로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철거 시점에 기존 식별정보를 유지하여 L1의 코어 등록으로 연결하고, 원 일련번호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별도의 식별번호와 확인 가능한 제작정보를 함께 관리하여 이후 이력의 추적성을 확보한다.

정보가 일부 부족한 경우에는 이를 설계 범위의 변경과 구분하여 처리한다. 설계 범위 내·인접·초과의 판정은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결정하므로, 확보된 정보만으로 적합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가 자료 또는 확인시험을 통해 필요한 근거를 확보하고, 이후에도 기존 검증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수적인 검증계획을 적용한다. 또한 원제조자, 재사용·재제조 사업자 및 발주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범위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적합성 판정에 필요한 최소 정보와 제출 범위를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의 기술·영업상 보호가 필요한 정보는 원본 전체의 제출을 요구하기보다 필요한 결과 정보와 확인 가능한 근거를 구분하고, 세부적인 제출·보관 및 확인 조건은 계약 단계에서 정하도록 한다.

7. 결 론

본 연구는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의 재사용·재제조가 실제 조달과 계통 적용으로 이어지는 데 제약을 미치는 요인을 국내 현황과 해외 사례의 비교를 통해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층 적합성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배전급 전력설비 재사용·재제조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은 재사용·재제조 행위 자체의 법적 제한보다는 품목별 품질 입증 경로와 제도 간 연결체계의 미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력설비에 적용할 품목별 평가·검증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고, 품질 인증, 제품 시험, 사용전검사 및 조달·품질보증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가 개별 설비의 이력을 중심으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 또한 철거 설비를 후보 코어로 회수·선별하고 일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의 미비가 실증과 시장 형성에 추가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일본·미국·유럽에서 확인된 제도와 운영 사례를 비교한 결과, 지역별 운영 주체와 적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으며, 각 사례에서 적합성 확보에 활용되는 요소를 확인하였다. 이를 철거 설비의 선별부터 실제 계통·시장 적용에 이르는 절차에 따라 코어 회수·선별, 공정 관리·이력 추적, 제품 검증, 표시·책임·보증 및 조달·계통 적용의 5단계 입증 경로로 재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재사용·재제조 전력설비의 적합성은 단일 인증이나 개별 시험결과보다 각 단계에서 생성되는 근거를 개체별 이력을 중심으로 연계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였다.

셋째, 재사용·재제조 과정에서 수행된 작업이 기존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제품 검증 수준을 결정하는 적합성 판정체계를 제안하였다. 수행된 작업과 검증설계의 관계를 설계 범위 내, 설계 범위 인접 및 설계 범위 초과의 세 범주로 구분하고, 각 범주에 따라 기존 형식시험 결과의 적용 가능성과 요구되는 검증 수준을 차등화하였다. 또한 코어(L1), 공정(L2), 제품(L3), 계통(L4)의 네 증거 계층과 자산 여권(X1), 책임·보증(X2), 조달 진입·평가(X3)의 세 공통 요소를 통해 각 단계의 근거가 연계되도록 하였다. 또한 제품 적합성과 설치 적합성을 구분하여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판정체계를 제안하였다.

넷째, 제안한 프레임워크의 국내 도입을 위해 코어 등록과 폐쇄형 파일럿을 통한 실증 자료 축적, 품목별 판정 기준·시험 요건 및 조달 경로의 구체화, 실증 결과에 기반한 제도화와 적용 범위 확대의 단계적 이행 방안을 제시하였다. 각 단계의 전환은 일정한 추진 연차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코어·시험·운전자료의 확보와 판정 기준 및 조달 절차의 구체화 등 사전에 설정한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재사용·재제조 전력설비의 적합성을 단순히 수행된 공정의 종류로 판단하지 않고, 수행된 작업이 형식시험으로 성능이 입증된 검증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필요한 검증 수준을 결정하도록 적합성 판정체계를 제시하였다는 데 있다. 또한 코어 회수부터 계통 적용에 이르는 각 단계의 적합성 근거를 계층화하고, 이를 자산 여권, 책임·보증 및 조달 진입·평가체계를 통해 연계함으로써 기술적 적합성 평가에서 실제 조달·계통 적용까지 이어지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였다.

실무적으로는 설계 범위 판정과 차등 검증 개념을 품목별 시험·검수 기준과 검증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자산 여권을 통한 개체별 이력관리는 철거 설비의 등록부터 공정, 시험, 설치 및 운전정보까지 연계하기 위한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책임·보증 체계와 조달 진입·평가체계는 재사용·재제조품을 기존 조달 및 자산관리 체계에 편입하기 위한 제도 검토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문헌, 제도,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프레임워크를 제안한 연구이므로, 향후 실제 설비를 대상으로 그 적용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초기 실증 대상으로는 제품 표준에 형식시험과 일상시험 체계가 정립되어 있고 본 연구에서 설계 범위 판정 예시를 제시한 배전용 유입변압기를 우선 검토할 수 있으며, 코어 적격률, 제품 시험 합격률, 설계 범위 판정의 판정자 간 일치율 및 재투입 후 운전성과 등을 통해 각 계층의 적용성과 판정절차의 재현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품목별 세부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다른 배전급 전력설비로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Acknowledge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Korea Electric Power Corporation. (Grant number:R25XO02-4) and by the Korea Institute for Advancement of Technology (KIAT)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MOTIE) (Project No. RS-2026-255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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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구본혁 (Bonhyuk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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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a maste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5. He is currently attending a Ph.D.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김예찬 (Yec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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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a maste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5. He is currently attending a Ph.D.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이제희 (Jehu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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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a bachel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6. He is currently attending a master’s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장찬혁 (Chanhyeok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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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a bachel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6. He is currently attending a master’s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반인후 (Inhoo 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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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a bachel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6. He is currently attending a master’s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고기원 (Giwon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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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a bachel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in 2026. He is currently attending a master’s course in electrical engineering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

강형구 (Hyoungku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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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received doctor’s degree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Yonsei University in 2005. He is currently a professor in Dept. of electrical engineering,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His research interests are high voltage engineering, power asset management, and applied superconducti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