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통계적 접근을 활용한 자산관리 전략
고장이란, 제품에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10]. 전력설비의 고장은 크게 주요 고장인 MaF (Major Failure)와 경미한 고장인 MiF (Minor Failure)로 구분된다. MaF는
‘한 가지 이상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며, 30분 이내에 계획되지 않은 유지보수가 필요한 완전한 고장’을 의미한다. MiF는 ‘MaF를
일으키지 않는 구성요소 또는 하위 조립체의 고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고장 확률은 IEC 62506과 같은 신뢰성 시험 절차를 통해 도출된다[11]. 그러나 전력설비의 경우, 제품의 크기와 구조가 매우 크고 복잡하며, 생애주기 동안 유지보수를 통해 부품의 상태를 복원하거나 교체한다. 따라서,
전력설비의 신뢰성 시험 측면에서는 고장에 이르기 전에 시험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제품과는 다르게 신뢰성 시험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RCM 기법에서는 전력설비의 운전 및 고장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경영진의 전략에 따라 백분위 수명 (Percentile Life)과
순간 고장 확률 (Hazard Rate)의 관리값을 설정함으로써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한다. 즉, 전력설비는 현장에 설치되는 순간부터 장기간에 걸쳐
열화되어 고장이 발생하므로, 자산의 설치연도 정보가 포함된 운전 데이터와 MaF로 인해 고장이 발생한 고장 데이터로부터 설비의 고장 확률을 도출하고
Percentile Life와 Hazard Rate의 관리값을 설정하게 된다.
전력설비의 고장 확률은 여러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12]. 예를 들어, 전압 등급, 설치 위치, 제작 연도,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는 고장 확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Table 1은 열대성 기후를 지니는 인도네시아 JABA 지역의 GIS 전압 등급과 설치 위치에 따른 Failure Rate를 나타낸다[13]. Failure Rate는 100대의 CB-bay 중 고장에 이르는 연간 고장 대수를 의미한다. Table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압 등급이 높고 옥외에 설치된 GIS의 Failure Rate가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압 등급이 높을수록
옥외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차단기의 동작 메커니즘에 요구되는 조작력이 크기 때문에 기계적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고장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Table 1. Failure rate by location of installation [per 100 CB-bay-years]
전압 등급
|
설치 위치
|
합계
|
옥내
|
옥외
|
150kV
|
0.36
|
3.48
|
0.48
|
500kV
|
0.87
|
1.60
|
1.37
|
또한 옥내용 GIS에 비해 옥외용 GIS의 Failure Rate가 높은 원인은 옥외용 GIS의 경우에는 장시간 태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외함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고무 재질의 기밀재인 O-ring에 가해지는 열적 스트레스 수준이 옥내용 GIS에 비해 강하므로 누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오손도가 높은 지역에 설치되는 GIS는 부식성 물질이 퇴적되어 외함의 발청이 진전되는 정도가 옥내용 GIS에 비해 빠르며, 기밀면에
주입되는 Caulking과 액체 Packing이 미흡한 경우, Fig. 2와 같은 경로를 따라 빗물이 침투하여 기밀면의 열화에 따라 SF6 가스 누설 경로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Table 2는 인도네시아 JABA 지역 GIS의 제작연도에 따른 Failure Rate를 나타낸다[13]. 150kV급 GIS의 경우,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Failure Rate는 약 10배 가량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연도에
따른 Failure Rate의 감소는 GIS 제작 및 설치 기술과 현장 시험 및 모니터링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결과일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GIS에서 SF6 가스의 기밀성 유지를 위해 기밀면에 O-ring을 부착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누설이 발생하는 기밀면의
O-ring 직경을 증대 설계하여 SF6 가스 누설을 개선한 사례가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Fig. 3의 (a)와 같이 구획 간 기밀면에 부착되는 O-ring을 이중화함으로써 SF6 가스 누설에 따른 절연파괴 위험도를 완화하고 있다[14, 15]. 둘째, GIS 내부의 잔존 수분에 의한 절연파괴 위험도를 완화하기 위해 설치 또는 개방 점검 후에 진공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1990년대에는
1Torr 조건에서 약 5시간의 진공 작업을 수행하였으나, 최근에는 제조사에 따라 mTorr 조건에서 약 1-2일간의 진공 작업을 수행하고 있어 보다
높은 강도로 내부의 잔존 수분을 제거하고 있다[14].
결론적으로, 통계적 접근을 활용한 RCM 기반의 자산관리 전략은 전력설비의 운전 데이터와 고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장 확률을 도출하고 관리치를 설정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Failure Rate가 다양한 요소 (설치 위치와 제작연도 등)에 따라 10배 이상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설비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통계적 접근의 한계를 보완하고, 자산관리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Fig. 2. Example of water ingress on a GIS flange.
Fig. 3. Example of (a) design change from single groove to double groove and (b) vacuum
pump system
Table 2. Failure rate by years of manufacture [per 100 CB-bay-years]
전압 등급
|
제작연도
|
합계
|
1980's
|
1990's
|
2000's
|
150kV
|
1.09
|
0.51
|
0.1
|
0.48
|
500kV
|
1.54
|
1.38
|
0
|
1.37
|
2.2 설비의 건전도에 기반한 자산관리 전략
영국은 전력설비 자산관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1990년대 전력산업의 민영화에 따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였다. 2000년대에는 전력산업의 민영화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투명성, 공정성 및 소비자 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Ofgem (Office
of Gas and Electricity Markets)이 출범하였다. 2013년, Ofgem은 RIIO (Revenue = Incentives +
Innovation + Outputs) 라고 하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송전 및 배전 사업자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혁신과 개입 (Intervention)
성과를 측정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산관리 전략 수립을 촉진하고 이를 규제화하였다. 이와 같은 프레임워크에 기반하여 송전 사업자인 ETOs
(Electricity Transmission Owners)는 NARM (Network Asset Risk Metric)을, 배전 사업자인 DNOs
(Distribution Network Operators)는 CNAIM (Common Network Asset Indices Methodology)을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노후 설비의 위험도 완화를 위한 Intervention 의사결정과 그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혁신을 Ofgem에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Fig. 4는 CBRM에 기반한 자산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되는 DNOs의 PoF (Probability of Failure) 도출 방법론을 나타낸다[4]. 표준 기대수명 (Normal Expected Life)로부터 자산이 운전되는 환경적 조건과 부하 조건을 고려하여 기대수명 (Expected Life)을
결정한다. 이후 점검, 모니터링, 건전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건전도를 도출하고, 열화 데이터를 통해 기 설정된 미래 열화계수를 활용하여 미래의
건전도와 PoF를 도출한다. 자산이 지니는 미래의 PoF를 예측함으로써 Intervention을 계획하고, 효율적인 수명연장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즉, DNOs는 CBRM에 기반한 PoF 도출 방법론을 사용하여 예측한 미래의 PoF를 바탕으로 미래의 위험도를 정량화하고, 위험도 완화 전략을 수립하여
그 성과를 Ofgem에 보고하고 있다.
영국의 DNOs는 Fig. 5와 같이 자산의 생애주기를 정의하고 있으며, 자산을 폐기하기 전 Intervention을 통해 자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수명연장 의사결정에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16]. 대표적으로, 영국의 ETOs 중 하나인 NGET (National Grid Electricity Transmission)는 41개의 전력용 변압기에
대해 5년의 수명연장을 결정하고, Intervention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GIS bay의 적절한 Intervention 기법을 개발하여
약 3억 파운드 이상을 절감하였다. 결과적으로, 수명연장을 통한 자산 상태 관리 전략의 혁신과 Intervention 기법의 개발을 통해 NGET는
2013-2023년간 시행된 RIIO-T1 동안 약 15억 파운드를 절감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17]. 영국의 DNOs 중 하나인 UKPN (UK Power Networks)은 ARP (Asset Risk and Prioritisation)와 SARM
(Statistical Asset Replacement Model) 및 Markov 모델 등의 Intervention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CNAIM을 활용하여 자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Intervention 의사결정 시 자산의
수명 의존도가 매우 낮은 점은 국내의 RBR 전략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UKPN에서는 Intervention 결정에 있어서 자산의 수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으며, 실제로 열화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자산에 집중하여 TOTEX (Total Expenditure)의 최적화를 이루고 있다[18]. UKPN의 자산관리 전략에서 수명 의존도가 낮은 결과는 UKPN이 보유한 자산의 평균 수명이 DNOs 평균에 비해 12%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Fig. 6에 나타내었다.
DNOs는 전력 공급 신뢰성 측정을 위한 지표로 CML (Customer Minutes Lost, 고객 100명 당 정전이 발생한 고객 수)과 CI
(Customer Interruptions, 3분 이상 정전이 지속되어 고객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평균 시간 [분])를 사용하고 있다. Fig. 7의 (a)와 같이 2011-2022년간 측정한 UKPN의 CML과 CI는 각각 60%, 51%씩 개선되었다[19, 20]. 또한, Fig. 7의 (b)와 같이 2021/2022년에서 6개의 DNOs 중 CML은 가장 우수한 결과를, CI는 2번째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Fig. 6과 Fig. 7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산의 수명을 길게 관리하더라도 공급 신뢰도가 저하되지 않으며, 자산의 상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 전략이
전력 공급 신뢰성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Fig. 4. Methodology used by DNOs to derive current and future PoF
Fig. 5. Flow chart of the asset life cycle for a DNOs
Fig. 6. Age distribution of UKPN’s assets
Fig. 7. CML and CI of (a) UKPN from 2011 to 2021 and (b) DNOs, including UKPN in 21/22
Fig. 8. (a) Standard specification for life extension in America and (b) life extension
procedure for power equipment in Japan
또한, 자산의 상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 전략은 공급 신뢰성 증진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교토의정서, RE100, 파리협정 등의 기후 변화 협약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Ofgem은 NARM과 CNAIM을 통해 SF6 가스 누설량을 ETOs와 DNOs로부터 보고받고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SF6 가스 누설량 절감을 촉진하고 있다[21].
영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또한 설비의 건전도에 기반한 수명연장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 수립하고 있다. 이는 수명연장과 관련된 표준 절차서를
제정하고 해당 절차를 구체화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Fig. 8(a)에는 미국의 RIC (Remanufacturing Industries Council)에서 제정한 수명연장 표준 절차서를, Fig. 8(b)에는 일본의 전력설비 수명연장 절차를 나타내었다[14, 22]. 전력설비의 수명연장 가능 여부는 다음과 같이 평가된다. 첫째, 기술적 평가를 통해 설비의 건전도를 평가하고 점수화한다. 둘째, 건전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불건전한 부품의 상태 복원 가능 여부, 교체 부품 수급 가능 여부, 대체 부품 호환 가능 여부를 파악한다. 셋째, 두 번째 절차를 비용화하고,
설비의 용량 등을 고려하여 사용 가능 연수를 예측하는 등의 경제성 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절에서는 Intervention에 기반한 해외의 자산관리 기술 동향을 살펴보았다. NGET는 Intervention과 수명연장을 통해 RIIO-T1
기간 동안 약 15억 파운드를 절감한 사례를 확인하였다. UKPN은 자산관리 전략 수립에 있어 자산 수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설비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Intervention 의사결정에 활용한 사례를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자산의 수명을 길게 관리하는 전략이 반드시 신뢰성 손실로 이어지지
않으며, 설비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Intervention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신뢰성 증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수명연장 관련 표준을 제정하는 동향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CBRM에 기반한 자산관리 전략으로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은 2020년에 쿠웨이트 변전소 GIS의 수명연장을 목표로 유지보수 및 교체 계획 최적화를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명연장 시 교체 대비 약 14%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하였다[23].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본 논문에서는 국내의 GIS 관리 기준에 따라 약 27년간 운전된 후 철거된 25.8kV 옥내용 노후 GIS용 차단기의 기능적
상태 즉, 건전도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자산의 수명이 자산관리 전략의 중심이 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CBRM 기반의 효율적인 자산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